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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와 개발이익 환수

기사입력 | 2019-08-02 14:17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최근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양가격 규제의 당위성과 효과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선분양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분양가격 규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며 불가피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선분양제도와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공급자의 우월적인 지위를 견제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패키지인 셈이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반대 중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정부가 분양가격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최저임금제나 임대료 상한제처럼 미리 정해 놓은 가격으로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국민도 많다. 논의 중인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의 합산금액 이하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분양원가 연동제이고 정상적인 이윤이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여타 획일적·일률적 금액 규제제도와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

분양가 상한제의 확대 실시에 대한 또 다른 우려 중 하나는 공급가격을 규제하면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분양가 규제가 정비사업의 수익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신규 주택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분양가 규제를 통해서라도 주택가격 거품을 빼되, 서민들의 소득으로 부담 가능한 주택을 충분한 물량으로 계속 공급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기성 시가지에서는 역세권 고밀 개발이나 저층 주거지 도시재생을 통해서, 교통이 편리한 외곽지역에선 신도시 건설을 통해 저렴한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공공택지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주변 시세의 약 20∼30% 이상 낮은 금액으로 주택이 공급돼 가격 안정에 기여해 왔다. 문제는 공공분양주택 물량이 워낙 적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못했다는 데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2012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주택가격의 안정보다 폭락을 걱정했던 정부가 공공분양주택 공급을 억제한 결과다. 2012년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분양주택은 85㎡ 초과 주택은 1000호에도 못 미치고 85㎡ 이하 주택도 9만7000가구에 불과했다.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기 때문에 고가 분양주택으로 인한 주택가격 급등은 방지할 수 있다. 나아가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주택시장을 왜곡시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대도시에서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갑자기 주택 재고가 줄어서가 아니라 주택이 과도하게 투자상품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낮은 분양가격으로 공급될 때 시세와의 차익인 개발이익을 누가 가질 것인가다.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격만 과도하게 강조해서 최초분양자에게 로또 형태로 귀속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금자리주택은 저렴한 주택 분양으로 가격안정의 효과는 있었지만, 최초분양자가 개발이익을 독점해 정의롭지 못했다.

채권 입찰제를 통해 환수하거나 의무 거주기간을 확대함으로써 투기적 수요를 최소화하는 것이 대응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획기적으로 낮은 주택에 대해서는 최초분양자나 시공사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차익을 환수해야 한다. 분양주택의 의무 거주기간이 짧을수록, 시세와 분양가격 간 차액이 클수록 더 많은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게 환수비율을 조정하는 해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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