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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司, 유사시 꼭 필요하다

기사입력 | 2019-07-24 14:13


황성준 논설위원

美는 유엔사 강화, 韓은 부정적
후방 기지 없으면 지원 힘들어
韓日 갈등의 안보 확전은 자해


문재인 정부는 유엔군사령부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기는 듯하다. 아니, 사라져야 할 ‘냉전의 유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최근 미국이 유엔사(司)를 확대·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유엔사가 독일군 연락장교를 배치하려 했으나, 한국 정부의 항의로 그 계획을 접어야 했다. 또 유엔사가 한국군 장교 20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문 정부는 응하지 않았다.

유엔사에 대한 문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은 무엇보다도 유엔사가 북한과의 협상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왕래 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북한은 ‘유엔사는 빠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유엔사는 ‘비무장지대(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사 소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엔사를 핑계로 북한이 판을 깨는 경우를 우려하고 있으며, 남북이 합의했다 하더라도 DMZ 관련 사업을 유엔사로부터 승인받아야 하는 현실에 불편해하는 것이다.

또, 문 정부는 미국의 유엔사 강화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계된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전작권을 한국인 사령관이 갖게 되더라도, 유엔사를 통해 미 증원군을 포함한 전체 연합군을 지휘·통제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미연합사와 유엔사의 관계는 6·25전쟁 당시 미8군과 유엔사의 관계와 유사하게 된다. 유엔사를 중국을 겨냥한 ‘동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로 확대하려고 한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어 경계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의 유엔사 전력(戰力) 제공국 포함 논란을 야기했던 주한미군사령부의 ‘2019 전략 다이제스트’를 보면, 유엔사·한미연합사·주한미군의 관계를 ‘하나의 군대:세 개의 사령부’라고 표현하고 있다. 유엔사는 1950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출범했다. 그리고 1957년 유엔사가 서울로 이전하면서 주한미군 사령관이 유엔군 사령관을 겸하게 된다. 그러다 1978년 한미연합사가 설립되면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전작권이 한미연합사로 넘어가게 된다. 실 병력이 사실상 없는 상징적 존재로 축소된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정전협정의 주체이자, 유사시 전력 제공국으로부터 병력과 물자를 신속히 제공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며, 일본 내 후방 기지를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다.

한국인들은 일본이 6·25전쟁 특수(特需)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폐허로부터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하길 좋아한다.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이란 후방 기지가 있었기에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일본이 없었더라면 미국이 한국을 제대로 지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이 영국이란 기지 덕분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미 본토에서 프랑스에 직접 상륙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전쟁 초기 미국 스미스 부대와 미 제24사단이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에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낙동강 전선에서 북한군을 맹폭격한 미 폭격기들은 일본에서 발진했다. 공항 대부분을 상실한 상황에서 일본이 거대한 항공모함 역할을 해줬던 것이다. 일본이 그 덕분에 돈을 벌었으나, 보급품을 신속하게 전선에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일본 산업 덕분이다.

오늘날 상황도 유사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일본이 후방 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지정학상 일본을 제외하면 그 역할을 맡을 인근 국가가 없다. 미 증원군을 포함한 연합군은 일단 일본에 집결한 뒤 한반도에 투입된다. 그런데 한미연합사가 일본에 기지를 유지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삼위일체로서 하나이면서도 다른 세 개의 사령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후방 기지의 중요성은 터키가 길을 내주지 않아 미군이 애를 먹었던 2003년 이라크 전쟁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유엔사 산하 후방 사령부 소속 국가들이 일본과 주둔군지위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것도 유사시 일본이 병력과 물자의 통과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일본이 북핵·미사일 위협에 놓인 것도 후방 기지 역할 때문이다. 일본으로선 후방 기지 역할을 포기한다면, 북핵 정보를 위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필요 없는 것이 된다. 물론 일본이 후방 기지 역할을 하는 것은 한국이 예뻐서가 아니라 미·일 관계 때문이다. 한국이 GSOMIA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한·미 동맹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의 정보수집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GSOMIA 파기를 주장한다. 안보 자해일 뿐이다. 한·일 경제 갈등이 안보 갈등으로 번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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