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노 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장관들 떠나
보수당 일각에서는 “노동당에 유리해진다”며 비판

브렉시트 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이 신임 총리로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장차관들이 줄줄이 사퇴하거나 사퇴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22일 가디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앨런 덩컨 영국 외교부 부장관은 이날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메이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이 유럽의 지배적인 지적·정치적 세력이 될 수 있었지만, 브렉시트의 어두운 구름에 갇혀 매일 일했던 것은 비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덩컨 부장관은 이날 BBC 인터뷰에서 “존슨 전 장관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면서도 “그가 정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존슨 전 장관은 다수 의원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 증명되지 않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마고 제임스 문화부 부장관은 ‘노 딜’ 브렉시트 추진을 위해 의회 정회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지난 18일 사임했다.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도 전날 BBC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가 오는 24일 사임하기 전에 자신도 각료직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먼드 장관은 “존슨 전 장관이 총리가 된다고 가정할 때 그의 내각에서 일하려면 ‘노 딜’을 수용해야 한다”며 “내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도 24일 사퇴할 예정이며,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도 이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 친 EU 각료 10명 내외가 추가로 사퇴 행렬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언론들은 덩컨 부장관을 비롯한 보수당 인사들이 존슨 전 장관이 신임 총리가 될 가능성이 커지자 미리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슨 전 장관이 주장하는 ‘노 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임 보수당 대표는 집권당 대표 자격으로 영국 총리직을 자동 승계하게 된다.

이 같은 줄사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렉 핸즈 전 통상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당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장관직에서 사퇴하는 건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자신을 제러미 헌트 외교장관의 지지자라고 밝힌 핸즈 전 장관은 “이러한 움직임이 코빈 정부의 집권 가능성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있다”며 장차관들의 사퇴가 노동당에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