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무명의 승자 손 들어주는 패자 사라 셰스트룀(왼쪽)이 22일 밤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1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마거릿 맥닐의 손을 들어 축하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접영 100m 최강자 셰스트룀
무명 맥닐에 밀려 4연패 좌절
美 레데키 자유형 400m 이어
‘女 최초 4연패’ 잇따라 무산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 반전과 이변은 스포츠 경기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경영에서 ‘절대 강자’로 꼽힌 선수들이 잇달아 10대 선수들에게 덜미를 잡히는 이변이 연출됐다.

사라 셰스트룀(26·스웨덴)은 여자 접영 100m 최강자다. 셰스트룀은 특히 접영 100m에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선수권 정상을 독차지했다. 셰스트룀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55초48로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고, 2017년 세계선수권에선 대회 신기록(55초 53)을 남겼다. 셰스트룀은 세계선수권에서 접영 50m와 자유형 50m에서도 총 3개의 금메달을 추가, 세계선수권 통산 금메달 7개로 공동 8위에 등록됐다.

셰스트룀은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접영 100m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한 종목 4연패에 도전했다. 그러나 22일 밤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이 종목 결승에서 56초22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55초83으로 터치 패드를 찍은 19세 신예 마거릿 맥닐(캐나다)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특히 맥닐은 이번 대회 전엔 세계무대 입상 경험이 없는 완벽한 무명이다.

셰스트룀에 앞서 ‘수영 여제’ 케이티 레데키(22·미국)도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레데키는 여자수영 사상 최고의 선수이고 자유형에선 특히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

레데키는 16세이던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데뷔, 2017년까지 자유형 400m·800m·1500m·800m계영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레데키는 자유형 400m(3분56초46)·800m(8분04초79)·1500m(15분20초48)에서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레데키는 또 자유형 200m와 계영 400m에서 금메달 2개를 추가, 통산 금메달 14개로 역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위는 은퇴한 미시 프랭클린(24·미국)의 11개다.

하지만 레데키는 지난 21일 자유형 400m에서 3분59초97로 2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레데키 역시 이 종목에서 4연패를 노렸지만, 19세 신예 아리안 티트머스(호주·3분58초76)에게 1초21이나 뒤졌다.

레데키는 사상 처음으로 3개 종목(자유형 400m·800m·1500m) 동시 4연패에 도전했지만,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셰스트룀과 레데키는 이전 세계선수권까진 젊은 패기를 앞세워 독주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여자 선수 최초로 한 종목 4연패에 도전한다는 부담에 시달렸다. 그래서 레이스 초반 무리한 탓에 후반에 무너졌다. 실제 셰스트룀과 레데키는 모두 첫 번째 구간을 1위로 통과했지만 이후 순위가 뒤처졌다. 셰스트룀은 “마지막 50m는 지쳐서 잘 헤엄칠 수 없었다. 실망스럽다”고 말했고, 레데키 역시 “마지막 50m에서 내 다리와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맥닐과 티트머스는 신예선수였기에 부담 없이 경기를 소화했고 이번 대회에서 ‘무서운 10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맥닐은 “그냥 머리를 숙이고 최대한 빨리 가려고 했을 뿐인데, 우승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고, 티트머스는 “어떤 부담도 없이 했기에 이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셰스트룀과 레데키의 초반 부진으로 이번 세계선수권 여자부 MVP의 향방은 알 수 없게 됐다. 셰스트룀은 2017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로 MVP를 차지했고, 레데키는 2013년(금 4개)과 2015년 대회(금 5개)에서 MVP를 수상했다.

셰스트룀과 레데키는 그러나 자신들이 놓친 여자 선수 최초 한 종목 4연패를 카틴카 호스주(30·헝가리)가 차지했기에 부담을 떨칠 것으로 내다보인다. 호스주는 22일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2분07초53으로 정상에 올랐다.

셰스트룀은 접영 50m(27일 결승)와 자유형 50m(28일)·100m(26일)·200m(24일) 등 4종목, 레데키는 자유형 800m(27일)·1500m(23일) 등 2종목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광주=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