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23일 오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고 러시아 군용기는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하자 이날 오전 내내 청와대와 정부는 급박하게 움직였다. 군은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를 향해 경고사격을 하는 등 전술 조치를 취했고, 청와대와 외교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도 상황을 점검하며 대응 방향을 두고 논의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의도하는 한·미·일 삼각 협력에 기반한 동북아시아 재편 전략에 대해 공개적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도 이번 사안에 관심을 갖고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 및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행위에 대해 이날 오후 주한 중국·러시아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사전 통보 없이 KADIZ 진입 및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매우 엄중하게 항의할 예정이다. 논의 과정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국과 러시아 측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총력을 다해 그에 따라 대응 방향과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제주도 서남방 및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군용기들을 포착했을 때부터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추적 및 감시비행, 차단기동, 경고사격 등 정상적인 대응조치를 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설명했다.

청와대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이 알려지며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부를 중심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청와대가 따로 입장은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이날 침범 의도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착수했다. 아직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릴 계획은 없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긴급하게 소집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 안팎에선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병기·박준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