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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규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

최저임금-52시간 부작용 심각
강사法도 일자리 없애는 결과
자사고 폐지는 이중분열 접근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대신 결정하는 온정주의 위험
민간의 선택폭 넓히는 게 正道

2017년 5월 현 정부 집권 이후, 임기 내에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위해 2년에 걸쳐 연이어 추진했던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자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줄여 소득의 원천을 차단하거나 소득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막 시행에 들어간 주 52시간 근무제 또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자들에게 편안한 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부정적인 관측이 팽배하다.

대학 강사들의 안정적 고용을 위해 오는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강사법 제도를 앞두고 오히려 대학에서 많은 강좌가 폐지되고, 젊은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아무리 선의를 갖고 시행하는 정책이라 할지라도 정부 정책이 의도했던 효과를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경우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 연장선의 정부 정책이 최근에는 중등교육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교육 당국이 밝힌 교육정책은 자사고와 더불어 특목고인 외국어고의 폐지 논의까지 예고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지나친 상황에 이르고 있음을 충분히 인정하더라도, 부모로서는 자녀를 위한 교육에 대한 선택은 단순히 교육의 수준을 넘어 자녀들의 미래를 위한 경제적 투자행위로 봐야 하는 이유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4차 산업혁명과 세계화에 따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소 우월한 교육 기회를 자녀들에게 제공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이런 학부모들의 선택을 차단하려는 정책은 우선 효과성에서 의문이 제기될 뿐 아니라, ‘과연 우리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며, 현재 정부 정책의 과잉 현상은 없는가’ 하는 의문마저 갖게 한다.

오늘의 자사고 관련 정책은 일부 학부모가 자녀 교육에 관한 판단의 무지에서 교육 방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어서, 교육을 가장 잘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정부가 대신 결정해 주겠다는 ‘온정주의(paternalism)’에 근거한 전형적 정책 사례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듯이 현재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도 자기 자녀들을 위해서는 우수한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이 또한 학부모로서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중분열적 접근(schizophrenia approach)’이라는 경제학 모형을 원용해 보면, 교육정책 당국자도 개인적으로 자녀를 위한 교육 기회를 결정할 때는 정책을 결정할 때와 다른 기준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들도 다른 학부모와 다르지 않게 자기 자녀들에게 더 우월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며, 이는 경쟁 사회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경쟁을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다양한 주체가 다양한 시각에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립교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공정한 경쟁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경제의 효율성은 경쟁에서 출발하지만,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유지하는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리고 경쟁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정책적 노력은 공립학교를 포함한 일반 학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교육 투자 정책으로 구현돼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교육 분야는 정부의 재정적 여력이 매우 부족했던 상황에서 민간 사립 교육기관이 주축이 돼 발전해 왔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에서나마,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해 왔다는 특성도 정책 결정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교육을 비롯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회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공급하고,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정부 혼자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기업과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 섹터 등 섹터 간의 협력을 통해서만 복잡하고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고, 이런 원칙에 따라 실천하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정부 혼자 해결하려는 노력은 성공할 수 없는 만큼 정부 정책의 성공을 위해 직접적인 정부 개입의 최소화와 더불어 정책의 잠재적 대상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지금처럼 정책 과잉 또는 정책 무용론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