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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초반 7경기 연속 勝 놓쳐
‘무념무상’으로 스트레스 극복
독서 통해 심신 안정 되찾기도
7월에 3승… SK 상승세 견인

명상의 힘!

SK의 잠수함투수 박종훈(28·사진)이 전반기를 기분 좋게 마감했다. 박종훈은 17일 인천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 LG와의 홈경기에서 선발등판, 5이닝 동안 4안타 2실점(비자책)으로 틀어막고 8-2로 이끌어 승리투수가 됐다.

박종훈은 시즌 7승(4패)째를 챙기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평균자책점은 3.20에서 3.04까지 끌어내렸다. 6월 23일 두산전부터 4연승. 7월 들어 3경기에 출장, 3승을 거뒀다. 7월 평균자책점은 1.59.

투구할 때 손이 지면을 긁다시피 하는 박종훈은 시즌 초반 불운에 시달렸다. 지난 3월 27일 LG전부터 5월 1일 키움전까지 7경기 연속 승리를 놓쳤다. 이 기간 박종훈의 평균자책점은 2.72밖에 되지 않았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수를 날리기 일쑤.

그래서 박종훈은 등판할 때마다 용돈을 털어 커피를 구입, 동료들에게 돌리며 ‘선전’을 부탁했다.

그리고 명상으로 마음을 달랬다. 스포츠에서 멘털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몸은 물론 마음도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박종훈은 경기 전 명상을 잊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선발로 등판하는 날엔 30분 전 더그아웃으로 나와 10분간 ‘무념무상’ 명상의 세계에 빠진다. 명상은 잡생각을 떨쳐내는 건 물론 머리를 쉬게 하기에 정서적인 피로감을 털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그리고 안정된 호흡법으로 신체의 긴장을 완화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코리안 특급’으로 명성을 날린 박찬호는 현역 시절 피 말리는 승부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명상을 즐겼다. 박종훈은 “명상에 빠지면 경기를 앞두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면서 “나 자신조차 잊을 수 있는 시간이기에 명상으로 자유를 만끽한다”고 설명하며 활짝 웃었다.

박종훈의 루틴은 다양하기로 소문나 있다. 명상도 루틴의 하나. 명상과 함께 독서도 요즘 박종훈에겐 든든한 버팀목이다.

박종훈은 가장 흥미 있게 읽은 책으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꼽았다. 명상록은 로마제국의 16대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전쟁을 하고 통치하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단편적으로 기록한 책.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살펴보고, 어떤 게 최선의 삶인지를 자신에게 충고하기 위해 쓴 책이다. 박종훈은 저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SK는 지난해부터 퓨처스팀(2군) 선수단을 중심으로 SK퓨처스파크에서 명상수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세를 반듯하게 가다듬은 뒤 명상으로 평안을 찾는다. SK의 명상훈련을 지도하는 이정훈 행복날개수련원 사범은 “워낙 활동적이기에 선수들이 명상에 익숙해지는 게 쉽진 않았다”면서 “수련을 거듭하면서 공감을 얻었고, 지금은 일상에서도 명상으로 얻은 지혜를 실천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