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또 국회 앞에서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8일 오전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는 팻말을 들고 부당징계 철회, 해직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현대차·기아차·한국GM 등
쟁의권 확보 못해 동력 약화
실제 참여인원 1만명 그칠듯

탄력근로확대 국회논의 압박
전문가 “국민 정서와 담쌓아
정부 준엄한 대처로 막아야”

민주노총이 18일 오후 1시부터 정부 및 사회 각계의 우려와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국 동시 다발적인 총파업 강행에 나섰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 등 주축 사업장 소속 조합원 대부분이 파업에 불참했거나 불참할 예정이어서 대중적인 파업 동력 자체는 약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노총은 일부 조합원이 중심이 돼 국회를 상대로 강경한 투쟁에 나서고 있어 ‘그들만의 파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실업난과 소상공인의 생존 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일본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등 내우외환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명분이 약한 ‘사회적 파업’ 강행으로 되레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은 산하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총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속노조 최대 조직인 한국GM 노조는 지난 6월 24일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해 지도부만 파업에 참여했다. 또 민주노총의 주축인 현대차·기아차·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 노조들도 쟁의권 미확보로 노조전임자와 대의원 등 간부들만 동원되는 ‘확대 간부’ 방식으로 총파업에 참여 중이다. 민주노총은 쟁의권을 확보한 7만여 명의 조합원 중 5만 명가량이 총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 안팎에선 잦은 파업에 따른 비판 여론이 높아진 데다 완성차 업체의 불참으로 파업 동력이 상실돼 실제 참여 인원은 1만 명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으로 국회의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방안’ 논의 자체에 강하게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총파업 집회 시간과 장소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오후 2시, 국회 앞으로 맞춰져 있다. 환노위는 이날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늘리자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을 초래하고 임금 삭감을 유발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세 과시를 위해 국회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전북·경남도당, 부산시청, 김천시청, 제주도청 등 전국 10여 곳에서 집회를 오후 내내 잇달아 개최해 갈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총파업’을 내세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노총이 오로지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민주노총도 현실로 내려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정부도 민주노총만 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전체 경제를 보고 생존에 위협을 받는 취약계층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노동계에 우호적인 측면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이 지금까지 해왔던 총파업 중 최악이 될 것 같다”며 “국가 경제가 어려워 불안해하는 국민 정서와 담을 쌓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당장 나라 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 이런 정치적 파업을 하는 것은 지탄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파업을 하면 할수록 좋으니까 자꾸 하는 것인데, 노동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불법 파업에 대해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해서 준엄하게 법치를 하기 전에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사회부)·최재규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