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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남녀나 동성끼리 잘 어울리거나 마음이 맞을 때 ‘케미 돋는다’ ‘케미 터진다’고 한다. 영어의 ‘Chemistry(화학적 성질)’를 줄여서 하는 말이다. 요즘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의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케미 터진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지역 경제 투어에서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고 했다. 원고에도 없던 내용이었는데 한·일 과장급 실무회담에서 우리 측이 홀대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현장에서 추가한 것이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 배를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자 조 수석은 이튿날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노래인 ‘죽창가’를 소개했다. SBS 드라마 ‘녹두꽃’ 마지막 회를 보면서 이 노래를 올렸다고 한다. 고(故) 김남주 시인이 작사한 죽창가는 ‘다시 한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반란이／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동학군을 진압했던 일본을 겨냥했을 것이다. 또,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자들에게 공개도 하지 않은 일본 측 대응자료 보도자료를 미리 자신의 SNS에 올리는 ‘놀라운’ 순발력도 보였다. 이렇게 대통령의 마음을 미리 읽고 자신의 업무도 아닌 일에까지 나서니 문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할 때 다른 참모들은 받아 적거나 정자세로 경청하는데, 유독 조 수석은 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통령의 말에 공감을 표시한다고 한다. 대통령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참모라기보다는 맹목적인 응원군 같다는 얘기도 있다. 같은 부산 출신에 8년 전 조 수석이 공동집필한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책에 문 대통령이 직접 독후감을 보내면서 시작된 정치적 인연을 볼 때 두 사람의 케미는 상상 이상이다. 인사 검증 실패, 김태우 사건 등 숱한 구설수에도 내치지 않고 되레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하려 하는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의 참모 편애는 비상식적이다. 그동안 조 수석이 한 일을 보면 대통령에게 도움되는 일은 별로 없고 ‘패스트트랙’ 사태 같은 국정의 난맥만 키웠다. 한·일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