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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판결 존중’ 명분 지키고 ‘韓정부 분담’ 日요구 부분수용

민병기 기자 | 2019-07-11 12:10

배경 사진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  연합뉴스 배경 사진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 연합뉴스


- ‘1+1+α’ 제안배경·향후전망

경제보복 장기화땐 양국 타격
외교적 협상이 유일해법 판단

“갈등 고조, 日에 유리 판단”
참의원선거뒤 협상 가능성도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의 계기가 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관련, 정부가 일본에 수정 제안한 이른바 ‘1+1+α’안은 기존 한국 측 안보다 훨씬 더 일본 측의 요구를 포함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이 협상에 의지가 있다면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전향적인 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는 일본으로서는 ‘한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일본 기업이 기금을 내야 하는 상황’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11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설명한 수정안은 이미 대법원 재판에서 승소한 징용 피해자에 대해서는 소송 당사자인 일본 기업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수혜를 본 한국 기업과 함께 책임지되,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추후 소송 가능성이 있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단 추가적인 피해자에 대한 기금 조성에는 일부 한·일 기업의 출연금도 포함된다.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1+1’(한국 기업+일본 기업)안에 비해 추가적인 위자료 등 배상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측면에서 확연히 달라진 안이다. 일본 정부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2(한국 정부+한국 기업)+1(일본 기업)’ 기금 조성안과도 흡사하다.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수정안을 내놓은 것은 결국 외교적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밝혔듯 ‘사태가 장기화하는,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이 될 경우 한·일 양국 모두 큰 타격을 받을 뿐 아니라 한·일 관계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배상 책임이 소멸됐다고 주장하는 일본과 개별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강제한 한국 법원의 판단을 모두 존중하는 ‘고육지책’의 성격도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피해자 구제 차원에서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새로운 협상안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참의원 선거(21일)를 앞두고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를 통해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일본이 한국의 수정안을 기준점으로 하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외교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 보복 조치에 막 돌입한 상황에서 당장 외교적 협상으로 사태를 풀기보다는 양국 간 갈등이 보다 고조되도록 두는 게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일본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아예 일본이 한국의 수정안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전직 외교 관료는 “일본은 일단 배상 책임의 범위를 분명히 하고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 기조 속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이 돈을 지급하는 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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