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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 新패권 경쟁과 중국 본색

기사입력 | 2019-07-10 14:10


황성준 논설위원

위구르 탄압은 中 후방 다지기
제2의 ‘그레이트 게임’ 성격
美 후퇴, 中 진입, 러는 주춤


중국의 위구르족(族) 민족말살정책이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 1100만 명이 거주하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족 어린이들을 가족과 격리시킨 채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교육하는 기숙학교 운영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지난 5일 폭로했다. 이 기숙학교에서는 중국어만 사용해야 하며, 위구르어를 사용하면 징계를 받는다고 한다. 심지어 부모와의 면담조차 허락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기존 학교보다 더 좋은 시설과 교사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며, ‘사회적 안정과 평화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은 2017년 이슬람계 소수민족 재교육 수용소가 세워지면서 본격화됐다. 테러범이나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을 상대로 그릇된 사상을 교정하고 직업교육을 해 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사실상의 ‘정신적 인종청소’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현재 100만 명 이상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재교육 수용소에 들어간 부모의 아이들을 기숙학교로 보내 ‘중국인’으로 개조하고 있다.

중국이 위구르족 동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중앙아시아 지역을 확고한 ‘전략적 후방’으로 다져놓기 위해서다. 홍콩 문제와 달리,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슬람주의 테러에 질린 미국이 위구르족의 독립운동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다. 위구르족은 1933년 ‘동투르키스탄 이슬람공화국’을 세웠으나 불과 3개월 만에 붕괴했다. 그리고 1944년 소련의 지원을 받아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을 만들었으나 1946년 6월 소련이 지원을 철회하면서 무너졌다. 그리고 옛 소련이 규정한 중앙아시아 범위에서 제외됨으로써 중국의 변방으로 남게 됐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이 독립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국경이 열리고 중국과 중앙아(亞) 신생 국가 간의 교역이 증가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같은 투르크계인 중앙아 민족들과 교류하면서 위구르 민족의식이 고양됐으며, 급진적 이슬람주의 사상도 함께 들어왔다. 중국이 위구르족 분리주의 운동을 경계하는 이유다. 또, ‘신(新)실크로드 전략 구상’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실현을 위해서도 이 지역의 소수민족 분규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필요했다. 중국은 미국의 해상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중앙아 에너지 벨트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이 지역 에너지 분야 투자에 적극적이다.

중앙아 5개국은 중국의 투자를 환영했다. 그러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인력이 러시아로 빠져나가 고민하고 있는데 중국으로부터의 이주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초기엔 인위적인 국경 분할로 중국 국경 안에 놓였던 같은 민족 구성원의 귀환이 대부분이었으나, 점차 한족(漢族)의 이주가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자본 투자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아 진출 중국 기업들이 현지인을 고용하기보다는 중국 노동자를 함께 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불법 거주자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역 세력 균형 문제도 마찬가지다. 2001년 9·11사태 이후 미국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러시아 퇴조 현상이 뚜렷해지자, 중국을 지역 균형자로 여기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셰일가스 혁명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적 경향이 맞물리면서 최근 미국이 ‘탈(脫)중앙아 노선’으로 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탈레반과 타협한 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중앙아가 중국 패권 아래에 놓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이 중앙아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내심 미국이 이 지역에서 이슬람주의 세력과 싸워주고 있다는 사실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을 통해 중국과 협력해 왔다. 그런데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빠지면 자신의 ‘뒤뜰’인 중앙아를 중국에 내줘야 할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 지역 경제 분야에서의 주 경쟁자는 이미 중국인 것이다.

19세기 중앙아 패권을 놓고 영국과 러시아가 다퉜다. 이를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이라 불렀다. 21세기 미국·중국·러시아 간의 제2차 그레이트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제1차 그레이트 게임 승패가 1904년 러일전쟁으로 판가름난 것처럼, 제2차 그레이트 게임의 진짜 승부처는 동북아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위구르 문제가 남 일이 아닐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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