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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국제부장

친환경 이데올로기 외피 입은
신재생에너지는 經濟性 불안
선발국 겪은 개발 경험의 교훈

‘스트리즈키 역설’ 피하려면
에너지 포퓰리즘 함정 피하고
재생=善, 원전=惡 선동 말아야

일본은 최근 태양광·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보조금 지급액이 늘면서 전력 구입 비용이 늘어나고, 소비자에게 전기요금 부담이 전가되는 악순환 구조를 깨겠다는 의지에서다.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만든 전기를 고정 가격으로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올해 3조6000억 엔(약 39조 원)에 달하는데, 법 개정을 통해 2020년 새 정책을 시행하면 그 비용이 줄고, 전기료가 인하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재생에너지는 그동안 ‘친환경’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외피로 포장돼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왔다. 그런데 실제로는 국민의 총부담은 도리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이른바 ‘스트리즈키 역설’이다. 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토목공학자 마이크 스트리즈키는 2008년 “전기요금, 가스요금 청구서는 필요 없다”며 에너지 자급자족을 자랑했다. 지붕의 태양광 전지판으로 필요한 전기를 만들고, 전기분해 장치를 가동시켜 프로판 탱크에 가스를 저장하고, 배터리도 충전한다고 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그런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들인 자금은 개인 돈 10만 달러(1억4000만 원)와 주 정부 보조금 40만 달러(5억6000만 원)였다. 만약 서울시 419만 가구(서울통계연보)에 이 방식으로 에너지 시스템을 보급한다면, 대략 2346조 원이 든다. 문재인 정부의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밝힌 재생에너지 발전비율 35%(2040년)를 적용한다고 해도 821조 원이다. 한국 전체에 적용할 경우 계산이 힘들 정도다. 게다가 보조금에는 ‘불법 전용’이 수식어처럼 따라붙는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시설을 의무화한 경우엔 ‘녹색 독재’라는 비판도 받는다. 독일의 마르부르크 시의회는 10년 전 재생에너지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태양광 전지판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강행했다가 시민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당시 벌금은 1500달러 정도였는데 전지판 설치에는 8000달러가 들었다. 이외에도 많은 함정이 있다. 모든 에너지 이득에는 반대 측면의 불이익과 희생이 있게 마련이다. 지구를 살리자는 취지인데 총 탄소배출량 측면에서는 제로섬 게임으로 끝나거나 국가 간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풍력 터빈의 제조·운송·설치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이후 터빈이 실제 가동돼 감축하는 양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인구가 적으면서 바람이 많은 곳에 풍력 터빈을 설치한 미국 미시간주는 고압선 설치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네덜란드가 바이오 연료로 야자유를 이용한 전기 생산에 공을 들이면서 지구 반대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열대림이 산불에 휩싸이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현상이 지금도 빚어지고 있다. 기름야자나무를 기를 땅을 개간하기 위해 농민이 일부러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졸지에 세계 3위 탄소 방출국이 됐다.

세계의 사례를 종합하면 에너지 방정식에 현실을 대입해 얻은 환경보호 수치가 결국 ‘0’에 수렴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맹목적으로 답습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말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우수 지방자치단체에 보급 지원(2670억 원), 금융 지원(2570억 원), 연구개발 지원(2387억 원) 방침을 밝혔다. 한국은 일조량, 바람, 조력, 지열 등 모든 자연력 점수에서 미국, 유럽보다 열악하다. 목표 달성이 쉽지 않고, 자칫 전기생산 효율성과는 무관한 껍데기 시설만 흉물처럼 늘어날 판이다.

서울시의 태양광·풍력발전 사업이 곳곳에서 난관에 봉착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전국 저수지 위에 원자력발전소 4기 발전량에 상응하는 태양광 발전계획을 원안의 10%로 축소키로 한 데도 이유가 있다.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데다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경남 통영 욕지도 서쪽 해상에 조성하려는 풍력발전단지사업은 어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경북 영덕 주민들은 천지원전 백지화에 항의하기 위해 8일 청와대 앞으로 몰려왔다. ‘녹색 독재’를 접고 냉철하게 계산기를 다시 돌릴 때다. 현실성, 비용 대비 효과, 원전과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그린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과학적·경제적으로 접근할 문제를 마치 ‘재생=선(善), 원전=악(惡)’이라는 식으로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