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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통계 왜곡·오용은 국정농단

기사입력 | 2019-06-13 11:52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통계는 데이터로부터 배우는 과학이다. 그런데 데이터는 숫자로 말하는 팩트(fact)다. 따라서 통계를 왜곡(歪曲)하거나, 오용(誤用)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팩트가 아니라 거짓이 된다. 더구나, ‘모든 것은 통계로 증명될 수 있다’는 주장은 결코 진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숫자나 통계를 사용하는 주장은 그에 앞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통계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해석하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것은 정부의 신뢰성과 정책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면서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다고 했다. 현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강화해 나가고 동시에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에 대한 비판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정밀성이 떨어지는 통계를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일제히 ‘눈 가리고 아웅’ ‘요상한 숫자 놀음’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그러자 청와대는 “(긍정 효과 90%는) 처음부터 근로 가구에만 해당하는 통계”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무슨 해괴한 해명인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영세 자영업자와 해고된 실직자들은 쏙 빼놓고 이득을 본 사람만 계산에 넣은 부실한 통계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조를 강화해 나가기 위해 현실을 교묘하게 왜곡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통계청은 문 대통령의 이런 문제 발언이 나오기 일주일 전인 2018년 5월 24일 가계 동향 조사에서 “소득 하위 20%(1분위)의 소득이 역대 최고치인 8% 줄었고, 양극화 지수 역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황당한 수치를 제시했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잘못된 통계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국정농단이다.

최근 청와대가 현 정부 임기 2년간 경제 통계를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임기 전체 경제 통계와 단순 비교해 ‘고용 상황이 노무현 정부 이후 가장 좋다’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하지만 고용 사정이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운 와중에, 정부가 입맛에 맞는 통계만 골라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5만 명 넘게 늘어났지만, 실업자는 114만5000명으로 1999년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로 나타났다. 심각하기로는, 경제활동 주력 계층인 30대와 40대 취업자는 각각 7만3000명과 17만7000명씩 줄었다는 점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7만3000명 줄면서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대내외 여건으로 볼 때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조금 더 나아지는 양상으로 갈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정부의 이런 엇박자 전망은 부처별로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방증이다. 만약, 무지에 의한 오용이든, 고의에 의한 왜곡이든, 정부가 입맛에 맞는 통계만을 골라 발표한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 된다. 어떤 경우에도 정부 통계는 오용·왜곡·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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