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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양정철의 과시와 편견

김세동 기자 | 2019-06-13 12:02

김세동 전국부장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양정철 원장이 최근 여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들을 지자체 싱크탱크와 업무협약을 맺는다는 명목으로 만나 야당으로부터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겨냥한 관권선거 획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양 원장은 ‘근거 없는 오해로, 선거랑 관계없다’고 주장하지만,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선출직 자치단체장들의 개인 연구소가 아니라 지자체 연구소들인데 선거 승리를 목표로 하는 여당 싱크탱크와 업무협약을 체결해도 되는지부터 의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여권 실세가 여당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을 공개 면접하며 줄을 세우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중엔 함량이 떨어지는 사람들도 포함돼 있어 ‘그냥 대통령 최측근의 권력 과시형 순행(巡行)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양 원장의 단체장 면담 중 가장 문제적 장면은 김경수 경남지사와의 만남에서 나왔다. 자신과 함께 대통령의 최측근 자리를 다투는 김 지사를 만나기 위해 창원에 내려온 양 원장은 먼저 기자들을 만나 “(김 지사를 보면) 짠하고 아프다. 내가 (도지사 출마를) 강권하지 않았으면, 국회의원으로만 있었으면 이렇게 고생을 했을까 싶다. 도지사 되고 차기 (대선) 주자가 되면서 (남다른) 시련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2017년 대선 때 김경수 의원이 기사 댓글 순위 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한 드루킹(김동원) 일당과 공모한 혐의로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온 사건을 언급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 양 원장은 ‘김경수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도지사가 돼 여권 대권 주자로 부상하면서 안 당해도 될 수사를 받고 법원의 실형 선고를 받는 시련을 겪었다’고 얘기한 것인데,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견강부회 식 억지 주장이다.

김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은 건 도지사에 당선되기 40일 전이다. 그래서 김 의원도 처음엔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경남지사 출마에 부정적이었고, 생각이 있는 여권 인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청와대와 여당 수뇌부가 ‘김경수 경남지사’ 카드를 강권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광역단체장에 당선되면 지방선거 후 본격 시작될 특별검사의 수사가 무뎌질 수 있고, 지사직 상실에 해당하는 선고를 법원에서 내리기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속계산이 작용했을 터다. 대통령이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는 김 지사가 거물이 됐기 때문에 죄가 없는데도 무리하게 수사해서 중형을 선고받게 됐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양 원장 스스로는 믿기나 할까. 야당 인사라도 이런 주장을 함부로 하면 욕먹기 딱 좋다. 여당이 되고 실세 반열에 올라도 야당 때 버릇, 아니면 말고 식의 음모론을 마구 남발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권 실세라는 사람이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주요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다.

sdg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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