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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한 유람선엔 급박한 사고순간 그대로…좌현엔 ‘충격’ 흔적

기사입력 | 2019-06-12 07:31

(부다페스트=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에서 인양된 허블레아니호의 좌현 부분이 훼손돼 있다. 2019.6.11 손상된 허블레아니호 좌현 (부다페스트=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에서 인양된 허블레아니호의 좌현 부분이 훼손돼 있다. 2019.6.11

선체 안팎엔 미사용 구명장비 남아…“재수색서 실종자 나올수도”
헝가리 시민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 당한 한국에 애도”


햇살로 반짝이는 다뉴브강 물결 속에 희끄무레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하자 부다페스트 대기 중에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11일(현지시간) 오전 6시 50분께 대형 크레인 ‘클라크 아담’이 와이어를 당기기 시작한 지 20분이 지났을 무렵 ‘허블레아니호(號)’가 조타실 지붕을 시작으로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갑판까지 떠오른 선체는 사고의 상처로 가득했다.

추돌이 일어난 좌현 부분은 움푹 들어갔고, 갑판의 추락방지 펜스는 없어지거나 완전히 찌그러진 상태로 변형됐다.

조타실 천정도 살짝 우그러졌고, 조타실 아래 우현에는 균열이 보였다. 직접 추돌 부위가 아닌 조타실이나 우현에서도 손상이 나타난 원인은 불확실하다.

선체 상부는 찢어져 휘감긴 푸른 방수포와 엉겨붙은 각종 부유물로 어지러웠다.

허블레아니의 모습은 13일이 지나고도 급박한 사고 정황을 보여줬다.

조타실 창이 온전히 드러나는 순간 그동안 실종됐던 선장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보이자 취재진 사이에서는 ‘헉’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선장 경력만 24년이나 되는 ‘베테랑’도 조타실에 갇힌 것이다.

선장이 마지막까지 선박을 바로 세우는 데 안간힘을 기울였을 수도 있지만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라 그러한 정황을 확인할 무전기록도 남지 않았다.

뱃머리에는 쓰지도 못한 구명튜브 세 개가 무심하게 매달려 있었다.

깨진 창문 사이로 어렴풋하게 보이는 선체 내부는 토사와 각종 집기가 뒤엉켜 참혹함마저 불러일으켰다.

창고로 쓰였다는 선수 부위 공간에서도 구명조끼로 보이는 물체가 여러 개 엿보였다.

선장의 시신을 수습한 지 20분 만에 조타실 뒤편, 선실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서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바로 아래 위치에서 연이어 시신 2구가 더 수습됐다.

추돌 후 7초만에 배가 침몰하며 물이 쏟아져 들어온 바람에 선실에 있던 승객 일부는 밖으로 미처 빠져나가지도 못한 걸로 추정된다.

방호복을 입고 작업 바지에서 대기한 한국 구조대원들은 시신을 넘겨받은 후 거수경례로 예를 표했다.

인양된 시신은 대기 중이던 경찰보트에 실려 감식 장소로 옮겨졌다.

대원들이 선체 내에 진입한 지 10분이 넘도록 추가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자 헝가리 경찰의 표정에서도 아쉬움과 답답함이 묻어났다.

결국 실종자 네명을 남긴 채로 인양 현장에서 수색은 종료됐다.

헝가리 경찰은 선체 안에서 실종자를 더 찾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인양 종료 후 언론 브리핑에서 갈 크리스토프 헝가리 경찰 대변인은 “선체를 옮긴 후 수색에서 실종자가 발견될 가능성은 남았다”고 말했다.

오리고(origo.hu) 등 일부 헝가리 매체는 선체 안에 토사가 쌓인 부분은 완전히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실종자가 발견될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양작전과 실종자 수색·수습 내내 작업 현장 주변 대기는 긴장감이 가득찼다.

평소라면 출근 시민과 이른 관광객 소음으로 가득했을 머르기트 다리는 이날 인양 작업으로 보행자 통행이 제한되며 낯선 고요함이 흘렀다.

실종자가 수습될 때마다 카메라가 연속 촬영을 하는 소리와 낮은 탄식소리가 들려왔다.

인양은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한때 선미 파손 정도가 심한 것으로 확인돼 추가로 와이어 연결작업을 하느라 인양이 1시간 이상 중단되기도 했다.

머르기트 다리에는 인양 장면을 취재하는 한국과 헝가리 언론, 외신 취재진 약 130명이 몰렸다.

이날 작업 현장 가까이에 실종자 가족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의 한 관계자는 “가족은 모습을 드러내기를 원치 않아 별도 장소에서 영상으로 인양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통제선 밖 곳곳에는 시민들이 수십명씩 모여 인양 현장을 지켜봤다.

실종자를 일부 찾았다는 소식이 다행스럽다면서도,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부다페스트 시민은 ‘말도 안 되는 비극’이라며 흥분을 참지못했다.

자리에 못이 박힌 듯 뚫어지게 인양 장면을 지켜보던 대학생 나나시 에뫼케(19)는 “중부 유럽에서 어떻게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믿을 수 없다”면서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을 당한 한국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희생자 수습 위해 준비된 들것 (부다페스트=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 허블레아니호 인양현장에서 헝가리 대원들이 희생자 수습을 위한 들것을 준비하고 있다. 2019.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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