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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業 상속세 전면 폐지가 타당한 이유

기사입력 | 2019-06-12 12:20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경영권을 상속할 경우 최대주주 할증(15%)이 붙어 65%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가업(家業)상속공제 제도가 있지만,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으로 인해 별로 효과가 없어, 최근 가업승계 대신 회사를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해외이주 신고가 2.7배나 늘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상속을 위해서다.

2018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4.4%는 가업승계 계획이 없었으며, 가장 큰 이유(69.5%)가 상속·증여세 부담이었다. 문제를 인식한 정부도 4500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나섰다. 또, 지난 11일에는 업종·자산·고용 유지의무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요건도 완화하겠다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진보 진영에서는 500억 원을 초과하는 거액 상속자들이 각종 공제를 받아서 실효세율은 32.3%로 낮아졌고, 최고세율 적용 대상은 전체의 0.18%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부(富)의 대물림을 줄이기 위해 현 상속세는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어느 주장이 옳은가?

세계에는 상속세가 전혀 없는 나라도 많다.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 닷컴’에 등재된 123개국 중 71개국(58%)은 상속세가 전혀 없다.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11개국이 상속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평생 세금을 내고 남은 자산에 대해 사망을 이유로 또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런 측면에서 상속세는 부당한 세금이다.

그렇다면 왜 일부 국가는 부당한 상속세를 부과하는가? 조세 확보를 위해서인가? 전체 세수 대비 상속·증여세의 비중은 크지 않다. OECD 평균 0.3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OECD에서 두 번째로 높은데도, 1.3%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속세가 없어도 세수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상속자의 입장에서 보면 소득이 발생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이 또한 조세의 원칙이다. 결국, 상속세란 유산을 주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느냐,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부과의 정당성이 결정된다.

정당성 논란은 차치하고, 사회경제적 효과 측면에서는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가? 2001년 미국에서는 278명의 경제학자가 의회에 상속세 폐지 요구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중에는 대표적인 진보 학자에 속하는 조지프 스티글리츠(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있다. 상속세를 반대하는 것은, 상속세가 높으면 노년에 기업 경영에 대한 인센티브가 사라지고, 낭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속할 경우 부만 상속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경영 노하우도 함께 상속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는 일자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상속세를 폐지하면 당장에는 빈부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자리가 창출돼 가난한 계층의 소득이 늘어나서 결국 빈부 격차를 완화시킨다.

제조업 강국인 일본과 독일은 장수 기업이 많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 중 대다수가 장수 기업이다. 제조업 강국 한국도 히든 챔피언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영 승계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우리도 차제에 가업승계기업의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는 과감한 세제 개혁을 권유한다. 이는 기업인의 해외 도피 등을 막아 결국 투자를 확대시키고 일자리를 늘린다. 상속세 폐지는 빈부 격차를 크게 하는 게 아니라, 줄이는 효과가 더 크다. 상속세 폐지국 대열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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