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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FTA, 브렉시트 공백 메워야

기사입력 | 2019-06-12 14:21

권평오 KOTRA 사장

좀처럼 우리 수출이 나아지지 않아 걱정이 많은데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 주초 우리나라와 영국이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의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한 것이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더라도 한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특혜관세 등 기존의 대우를 그대로 부여하며, 추후 한·EU FTA보다 더 나은 조건을 협의키로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몇 달간 영국의 브렉시트는 전 세계의 시선과 우려를 집중시켰다.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결정하고 나서 영국 정부가 EU와 탈퇴 조건을 합의했지만, 의회가 이를 부결시키면서 어떤 합의와 안전장치도 없이 EU와 결별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의 위기에 맞닥뜨린 것이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당초 지난 3월 말이었던 브렉시트 시한을 10월 말로 늦추기는 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브렉시트가 우리에게 실제로 의미가 있는 것은,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나면 그동안 우리가 누려왔던 한-EU FTA의 혜택이 영국에 수출할 때는 사라져 버린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EU는 2011년 발효된 FTA를 통해 대다수 상품을 관세 없이 교역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이 EU 회원국 지위를 잃게 되면 우리나라는 FTA가 없는 다른 나라들과 똑같이 관세를 내고 영국에 수출하게 돼 그동안의 경쟁 우위를 잃게 된다.

우리나라는 영국에 자동차와 부품, 선박, 항공 부품, 건설 중장비 등을 연간 64억 달러 정도 수출하는데,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독자적인 관세를 부과하게 돼 최고 8∼10%의 관세가 되살아나게 된다. 그 부담은 그간 쌓아 놓은 우리의 경쟁 우위를 순식간에 날려 버릴 수도 있다. 요즘처럼 수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17위 수출 대상국의 문턱이 높아지는 것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우리 수출업계는, 브렉시트 발생 이전에 한·영 FTA를 조속히 체결해 과거 영국 수출 때 누렸던 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게 해달라고 절박한 심정으로 요청해 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단 1%의 관세라도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영국과의 FTA를 계속 타진했다고 한다. 그동안 영국이 EU 탈퇴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행여나 영국 정부의 관심이 멀어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끈질기게 영국 정부를 접촉해 이번에 실질적 타결을 이끌어냈다니 그동안의 수고를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노력이 실제로 빛을 발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대영(對英) 무역통상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브렉시트가 이뤄지는 시점부터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한·영 FTA가 발효돼야 한다. 그러자면 양국 정부가 협정을 완전히 마무리함과 동시에 양국 의회의 비준 역시 차질 없이 이뤄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합의로 인해 언제 브렉시트가 되더라도 이제 우리 기업들은 큰 혼란 없이 영국과의 비즈니스를 예전처럼 그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다른 경쟁국들보다 앞서서 특혜무역 여건을 만들어 놓아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영국은 유럽에서 독일에 이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시장이며, 최근에는 한국산 뷰티 제품, 식료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고, K-팝 등 한국 문화에 익숙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KOTRA가 만난 바이어들도 영국에서 한국 제품이 하이엔드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한다. 부디 우리 정부가 남은 절차들을 잘 진행해 한·영 FTA가 차질 없이 발효돼 이 좋은 흐름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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