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거제에 간 현대重 실사단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대중공업 실사단이 12일 오전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만나 현장실사 협조를 구하기 위해 간담회 장소인 경남 거제시 애드미럴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노골적 ‘노조 편들기’ 논란

송철호·변광용·박남춘 시장
현대重 사태 등서 사측 압박
“선거의식 정치적 행위” 비판

재계 “단체장들까지 나서면
어느기업이 지역투자하겠나”

더불어민주당 자치단체장들이 어려운 지역 경제 상황에서도 기업의 자율적 경영 활동에 압박을 가하는 친노조적 행보를 거듭해 지역 사회와 경영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선 선거만을 의식해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한 무리한 정치적 행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거제시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변광용 시장은 전날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발표로 지역사회와 노동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대우조선 인수 절차 중단과 재검토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기업의 합법적인 매각 인수 작업에 대해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노조와 뜻을 같이하며 공식 반대에 나선 것이다.

변 시장의 이 같은 행보에 지역사회에선 대우조선 매각을 반대하며, 인수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현장 실사단까지 막는 노조 측에 힘을 실어 노사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제 시민 A(48) 씨는 “변 시장이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매각을 반대하는 것은 최근 지역신문 여론조사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20%대밖에 나오지 않자 이를 만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우조선 매각에 대한 자신의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지난해 지방선거 때 자신을 지지해준 대우조선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돌아서자 이들을 끌어안기 위해 대우조선 매각 중단을 담은 입장문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도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법인분할)과 관련, 지난달 17일부터 현대중공업 분할로 생기는 한국조선해양의 울산 존치를 요구하는 담화문을 내는 등 현대중공업에 압박을 가했다. 급기야 지난달 29일에는 같은 당 황세영 시 의장과 함께 삭발까지 강행하며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당시 노조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반대하며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송 시장의 이 같은 행위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를 두고 지역 사회에서는 시장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노조가 주총장을 점거한 상황에서도 중재는 않고 삭발까지 하며 현대중공업만 압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가운데 지난 11일 울산을 방문한 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송 시장이 “한국조선해양 본사 서울 이전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걱정이 많아 궐기대회도 열고 삭발까지 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하자 “삭발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고 애잔하다”며 송 시장 편을 들었다.

울산 지역 모 기업체 임원은 “지자체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기업활동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심각한 경영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며 “지자체장까지 나서 기업활동에 압박을 가한다면, 어느 기업이 그 지역에 투자하겠느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인천에서는 민주당 박남춘 시장이 지난해 10월 한국지엠이 법인분할을 추진할 경우 시가 제공한 주행시험장 용지를 회수하겠다며 노조 편에서 사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단체장에게는 지역사회에 서로 대립되는 사회문제를 조정하고, 타협하도록 하는 중재자 역할이 중요하다”며 “때문에 단체장은 노조 등 어느 한쪽 편에 서기보다는 공정한 입장에서 지역 갈등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곽시열·거제=박영수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