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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햇볕들이 지나가고 - 전동균 -

기사입력 | 2019-06-12 14:20

아프니까 내가 남 같다 /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취객 같다


숨소리에 휘발유 냄새가 나는 이 봄날

프록시마b 행성의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이들도 혼밥을 하고 / 휴일엔 개그콘서트나 보며 마음 달래고 있을까


돌에겐 돌의 무늬가 있고 / 숨어서 우는 새가 아름답다고 배웠으나

그건 모두 거짓말


두어차례 비가 오면 여름이 오겠지 / 자전거들은 휘파람을 불며 강변을 달리고

밤하늘 구름들의 눈빛도 반짝이겠지 / 그러나 삶은 환해지지 않을 거야

여전히 나는 꿈속에서 비누를 빨아 먹을 거야


나무는 그냥 서 있는 게 아니고 /물고기도 그냥 헤엄치는 게 아니라지만

내가 지구에 사람으로 온 건 하찮은 우연, 불의의 사고였어 그걸 나는 몰랐어


으으, 으 으으 / 입 벌린 벙어리 햇볕들이 지나가고

취생몽사의 꽃들이 마당을 습격한다


미안하다 나여, 너는 짝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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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86년 ‘소설문학’ 신인상.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등 출간. 백석문학상, 윤동주서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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