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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봉선사 3㎞… 새·물·바람·피톤치드 ‘녹색 쉼터’

기사입력 | 2019-06-12 10:59

산책로를 가로막고 있는 나뭇가지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김종대 제공 산책로를 가로막고 있는 나뭇가지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김종대 제공

광릉숲길

광릉은 조선 7대 왕인 세조와 정희왕후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광릉을 둘러싸고 있는 광릉숲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능이 조성되기 이전, 이곳은 무예에 능했던 세조가 즐겨 찾던 사냥터였다. 세조가 좋아했던 이곳에 세조의 능을 조성한 이후 조선왕실에서는 왕릉 일대를 부속림으로 지정해 보호했다. 일제강점기에는 학술보호림으로, 6·25전쟁 이후에는 시험림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하면서 현재와 같은 숲을 이루게 됐다. 1468년 광릉이 조성된 뒤 550년 이상 보호된 광릉숲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광릉숲 전체가 일반인들에게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다. 광릉은 언제나 출입이 가능하고 국립수목원도 사전예약으로 한정된 수의 관람객을 허용한다. 또 1년에 한 번 열리는 ‘광릉숲 축제’에서는 금지돼 있던 숲의 일부를 공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광릉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에는 부족해 늘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차로 지나칠 수밖에 없는 국립수목원에서 봉선사까지의 아름드리 전나무 길은 아쉬움의 대상이었다. 광릉숲의 보전과 활용이라는 어쩌면 양립할 수 없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25일 국립수목원과 봉선사를 연결하는 3㎞ 구간의 ‘광릉숲 길’이 개통됐다. 기존 차도를 따라 조성된 이 길은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무 덱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사람들이 직접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고 길을 가로막고 있는 나뭇가지들은 불편하더라도 자연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그대로 뒀다. 사람들의 시선을 제한하는 구멍 뚫린 나무 벽 역시 개천에서 쉬고 있는 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산책로에서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팻말을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물론 방문객을 위한 시설들도 있다. 새소리와 함께 피톤치드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숲속 도서관과 흐르는 물과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쉼터들이 곳곳에 있어 자연을 만끽하게 한다.

‘광릉숲 길’은 자연보전과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다. 산책로가 차로와 가까워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550년 이상을 지켜왔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한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시민들로 구성된 ‘광릉숲 친구들’이 소중한 자원인 광릉숲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자연을 보호할 때 자연이 주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광릉숲 길’을 걸으면서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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