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가격 등 하향조정 잇따라
“2020년에야 반등할 가능성”
‘美·中 분쟁’ 장기화로 악영향

상반기 내내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반도체 시장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화웨이 제재 사태’로 올 하반기에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주요 반도체 부품 공급처였던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심화할 경우 ‘보릿고개’가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 기관들이 잇따라 D램 가격 및 시장 매출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등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던 하반기를 목전에 앞두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긴급 보고서를 내고 오는 3분기 D램 가격 하락 폭 전망을 기존 예상치(10%)에서 10~15%로, 4분기도 기존 하락 폭(2~5%)의 배에 이르는 10%로 조정했다. 하반기 D램 가격이 상반기 대비 최대 25%가량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화웨이 거래제한이 D램 가격의 변동성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며 “오는 2020년에나 D램 가격이 반등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자 D램 가격 하락은 물론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반의 매출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세계 반도체 수급동향 조사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4120억8600만 달러(약 486조7000억 원)로, 지난해보다 12.1%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역시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불황이 반도체 시장 전체를 10년 만의 최악의 불황으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5G 단말기 보급이 확산함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가 하반기에는 다시 반등,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그 반등 시점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미·중 무역 마찰이 길어지고 화웨이 사태까지 겹치면서 주요 업체들과 투자자들이 투자를 미루는 등 투자가 위축되고 있어 반등 시점은 좀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