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파업에 반기 지난 7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엔진공장 모습. 이날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은 근로자 전체 1431명 중 1065명이 출근했고, 조합원 기준으로도 1091명 중 725명이 출근해 66.5%의 출근율을 보였다. 연합뉴스

관행적 파업에 막대한 피해

車업체 한곳 10년간 10조 날려
28년새 3년 제외한 매해 파업도
1년 장기파업으로 부도날 위기
협력사도 잇따라 ‘줄도산’ 몰려

르노삼성파업, 부산경제 직격탄
승용차 수출 폭락 작년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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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관행적 파업으로 인해 기업은 대규모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특히 핵심 제조업 분야 기업에서 장기간 파업이 이어질 경우, 사업장이 자리한 지역 경제도 같이 휘청이게 되는 실정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완성차업체 A사는 최근 10여 년 동안 노조가 빈번하게 파업하면서 약 52만9000대에 달하는 생산 차질을 빚었다. 매출 손실로 따지면 약 9조7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완성차업체 B사는 1991년부터 28년 사이에 파업이 벌어졌던 경우가 무려 25년이다. 단 3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이 있었던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특히 직장 점거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사는 노조의 25일 공장 점거로 인해 90억 원의 손해가 발생한 바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C사는 수년 전 노조가 거의 1년 동안 장기 파업을 하면서 부도 위기에 몰렸던 아픈 기억이 있다. 회사가 관리직을 투입해 공장을 돌리려 하자, 노조는 공장 출입구를 봉쇄하고 저항했다. C사는 파업 기간 약 1500억 원에 이르는 매출 손실을 겪어야 했다. 특히 C사뿐 아니라 180여 개에 달하는 협력사도 도산 위험에 내몰려야 했다.

또 다른 부품업체 D사는 노사 갈등이 8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회사는 직장 폐쇄, 노조는 200일이 넘는 사업장 점거로 대립하면서 역시 1500억 원 상당의 피해를 겪은 바 있다. 이후로도 노사가 화합에 이르지 못해 지난해에도 2개월여 동안 전면 파업을 벌였고, 폭력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부터 이어진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갈등으로 협력·부품업체들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납품 손실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에서는 노조 집행부의 강경 투쟁 노선에 반발해 파업 중에도 노조원들이 자진해 출근하고 있을 정도다.

르노삼성차 파업은 부산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부산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승용차였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4월 승용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1.1% 폭락해 그야말로 ‘반 토막’이 났다. 자동차 부품 수출도 20.6%나 줄었다. 르노삼성차는 부산 지역 내 총생산의 8%(2017년 기준)를 차지한다. 동남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4월 중 부산 산업활동 동향을 봐도 광공업 생산 부문에서 자동차 생산은 1년 전에 비해 21.4% 감소했다. 또 4월 광공업 출하 부문에서 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29.9% 줄었다. 출하가 줄면서 자동차 재고는 1년 전보다 52.3%나 증가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르노삼성차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데, 파업 사태로 수출이 크게 줄면서 부산 전체 자동차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울산의 경우, 지난해 겨우 회복세를 보인 조선업이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과 폭력 시위로 다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한국 조선사는 지난 4월 세계 선박 발주량 121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 중 28만CGT를 수주, 77만CGT를 수주한 중국에 밀린 상태다. 울산 동구는 지난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됐고, 지난달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특별지역 지정 기간이 2021년 5월까지 2년 연장된 지역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노조와 지역 정치권 등에 밀려 정말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은 크게 쇠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