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광연(강원 FC)이 9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의 비엘스코비아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선방을 펼친 뒤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급 역전승’ 無名의 태극전사에 축구팬 열광·찬사

프로 2년차 조영욱 백업 멤버
오세훈·이지솔 K리그2 소속
GK 이광연 데뷔전도 못치러

팬 “세네갈戰 박수 치며 시청
힘들었을 텐데 이겨줘 감사”

떴다!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는 미드필더 이강인(발렌시아)을 제외하면, 20세 이하 대표팀은 대부분 무명이다. 공격수 조영욱(FC 서울)은 프로 데뷔 2년 차지만 아직 주전이 아니다. 스트라이커 오세훈(아산 무궁화)과 수비수 이지솔(대전 시티즌)은 K리그2 소속이다. 골키퍼 이광연(강원 FC)은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며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1983년 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이후 36년 만의 4강 진출. 특히 16강전에서 숙적 일본을 1-0으로 제압했고 8강전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과 연장접전을 치른 뒤 승부차기에서 이기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1로 패한 뒤 4번을 내리 이겼다. 12일 오전 3시 30분(한국시간) 열리는 에콰도르와의 4강전을 통과하면 FIFA 주관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다.

팬들은, 아니 국민들은 대표팀이 일군 쾌거에 열광하고 있다. 그리고 열렬한 후원자가 됐다. 일본과의 16강전에서 결승골, 그리고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한 193㎝의 장신 스트라이커 오세훈의 SNS엔 격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팬은 “청소년 축구는 관심이 없었는데, 세네갈전을 혼자 박수 치며 봤어요. 오세훈 선수를 처음 알게 됐는데 팬이 됐네요”, 또 다른 팬은 “솔직히 누군지도 몰랐는데 잘하시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8강전 승부차기에서 ‘선방쇼’를 펼친 이광연의 SNS엔 “당신은 영웅입니다! 진짜 부담되고 너무 힘들었을 텐데 그 부담 이겨내고 승리까지 거둬줘서 너무 고마워요” “이광연 골키퍼 덕분에 위기를 많이 넘긴 것 같아요. 정말 재밌는 경기였고, 계속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로 불린다. 2년 전 멤버에 비해 스타가 적기 때문. 게다가 지난해 5월 툴롱컵에서 프랑스에 1-4로 크게 패했고 토고와 스코틀랜드에 1-2로 졌으며 20세 이하 월드컵 예선을 겸해 치러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에선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16강에 진출하면 다행”이란 혹평을 들었지만, 정작 4강에 오르면서 보기 좋게 예상을 깨뜨렸다.

대표팀은 지난 4월 소집된 이후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실시하며 이를 갈았다. ‘강철 체력’은 4강 진출의 원동력. 잇달아 후반전에서 승전보를 전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8강전까지 5경기를 치르면서 7득점을 올렸고, 후반전과 연장전에서 6골을 챙겼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가 지쳤을 때 몰아붙여 승기를 잡는다.

정정용 대표팀 감독은 “꾸역꾸역 올라가는 팀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면서 “힘든 상황을 거치면서 잡초처럼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지솔은 “지고 있어도 절대 질 것 같다는 느낌이 없다”면서 “선수 모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6강전, 8강전에 이어 또 다른 승리의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오세훈(아산 무궁화)이 9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의 비엘스코비아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골을 넣은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