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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산림청장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욱더 기억나는 것은, 그리고 그리운 것은 어린 날 우리를 품어주었던 따뜻한 어른들의 품이다. 우리의 숲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면, 바로 소나무일 것이다. 이는 소나무의 한자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소나무를 한자로 쓰면 ‘松(송)’인데 이 한자의 오른편 공(公)은 소나무가 모든 나무의 윗자리에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본초강목’에 ‘소나무는 모든 나무의 어른(長)’이라는 대목이 있다. 소나무는 그렇게 숲, 나무의 큰 어른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러한 소나무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존재가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이다. 소나무재선충은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라는 곤충의 몸을 빌려 소나무에 침투, 20일 만에 20여만 마리 이상으로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소나무의 조직이 파괴돼 한번 감염된 소나무는 100% 죽게 된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120개 지역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했다. 산림청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10월부터 3월 말까지(제주는 4월 말)를 ‘소나무재선충병 집중방제기간’으로 정해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기간에 재선충병으로 죽은 나무를 베어낸 후 그 산물을 파쇄하거나 약제 처리를 하고, 그 외에 피해가 우려되는 나무에는 예방주사를 놓는 등 방제 작업을 한다. 이때 죽은 나무 일부가 누락되거나 산물 처리가 미흡할 경우 피해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사업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산림청은 방제 기간 중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 담당 직원을 고정 배치해 방제 진도, 부실 발생 여부 등을 집중 관리하는 한편, 그 외에 피해가 크지 않은 지역은 주기적으로 사업장을 점검하고 있다.

한편,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를 이동·이용하는 과정에서, 즉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속 또한 강화하고 있다. 주요 지역에 이동 단속 초소 100여 개를 설치해 재선충병 감염목의 무단 이동을 방지하고, 봄철·가을철에는 감염목을 땔감으로 쓰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및 소속기관과 협력해 화목 이용 농가, 목재 취급 업체 등을 단속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를 조기에 발견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 인력과 드론, 헬기 등을 활용한다. 사람의 접근이 가능하고 육안으로 판별이 가능한 지역은 전자예찰함(NFC)이라는 기기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조사하며, 접근이 어려운 계곡, 산 정상부 등은 드론이나 헬기를 통해 항공에서 조사한다.

범정부적인 총력 대응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은 2013년 218만 그루에서 2018년 49만 그루로 피해가 계속 줄고 있으며, 피해가 극심한 지역 또한 2013년 11곳에서 2018년 2곳으로 줄었다.

이제는 피해 확산을 막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이는 산림공무원, 지자체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조경수나 분재 이동 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재선충병 증상(잎이 붉게 변하며 처짐)이 의심되는 소나무를 발견할 경우에는 산림청이나 해당 지역 산림 부서에 즉시 신고하는 등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전남 담양에서는 국민의 신고로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를 조기에 발견해 피해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우리 숲의 넓고 큰 어른인 소나무는 우리의 보살핌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전국민의 노력과 관심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의 위협으로부터 성공적으로 소나무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곁에, 더 나아가 우리의 후손 곁에 굳건히 남아 있을 푸른 소나무의 모습을 그려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