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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독립장치 없이 스튜어드십 코드 거론은 잘못”

이민종 기자 | 2019-05-20 12:01

‘연금사회주의’에 경제계 우려

佛·日, 주식보유한도 정하거나
의결권 직접행사 제한장치 둬

“기업 지배구조 문제 있다면
공정거래法으로 접근해야지
공적연금 통한 개입 어불성설”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있으면서 기업 경영 개입의 수위만 높아지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및 지배구조에 대해 경제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지배력을 강화하며 보유주식 의결권은 직접 행사하는 ‘연금사회주의’를 연상케 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운용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이 공적연금 기금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제한장치를 두는 만큼 한국도 개선 방안이 시급하다는 견해다.

20일 국민연금, 재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대주주 전횡을 막기 위한 취지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이후 올해 주주총회부터 보유 주식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계기로,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강화되고 기업 경영 간섭의 수위만 높아질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3월 27일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고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 부결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예전에는 섀도 보팅(의결권 대리 행사), 단순 찬반에 그쳤지만, 올해 주총부터는 주주 제안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기업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전후로 주주권 행사의 강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국민연금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힘’도 갈수록 커져 기업들로서는 ‘좌불안석’이다. 국민연금 자산 중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2018년 말 기준 17.1%, 108조9000억 원으로, 주식시장 시총 대비 7%에 해당한다.

한국과 달리 OECD 가입국 중 상당수는 공적연금이 개별 기업 경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기업 주식보유 한도를 설정하거나 의결권 직접 행사를 금지하도록 하는 등 제한장치를 두고 있다. 의결권 행사 제한장치를 둔 국가로 아일랜드, 일본,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를 꼽을 수 있다. 아일랜드 국가연금준비기금(NPRF)은 회사 지배가 가능한 비중의 주식 보유를 금하고 있다. 일본 후생연금은 단일기업 발행주식에 대한 투자 한도를 기금의 5% 이내로 묶고 있으며, 기업별 주식 보유 지분 한도 역시 5%다. 주주권 직접 행사를 막는 대신 위탁운용사가 간접 행사하도록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연금학회 회장)는 “국민연금은 수익률 최대 원칙에 의해 정치적으로 독립돼 운영돼야 한다는 게 국민연금법의 정신”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여부를 거론하는 것조차 잘못된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공정거래법으로 접근해야지 기금과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기금 운용에 과다한 수준으로 잘못 개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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