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인물

‘강성 이미지’서 ‘말 잘 듣는 남자’로…이인영의 이유 있는 변신

기사입력 | 2019-05-19 12:58

【서울=뉴시스】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05.08 【서울=뉴시스】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05.08

여당 원내대표 취임 후 對野 ‘스탠스’ 변화
나경원에 “밥 사 달라”…강경 발언은 자제
협상 등 집권여당 원내대표 역할이 영향
野 변화 없을 경우 원칙·강경 돌아갈 수도


“제가 고집이 세다는 평을 원내대표 하면서 완전히 깔끔하게 불식하겠다. 그리고 부드러운 남자가 되겠다. 까칠하다는 평가가 저도 따끔하더라.” (지난 8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당선소감 中)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달라졌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자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 주자로 꼽히는 그가 원내대표 취임 이후 ‘강성 운동권’ 이미지를 벗고, ‘말 잘 듣는 남자’를 표방하는 등 변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한 ‘스탠스’(자세) 변화가 눈에 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취임 인사를 위해 ‘카운터 파트너’(협상 대상)인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국민의 말씀을 잘 듣고, 그만큼 야당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겠다”며 경청의 협치를 거듭 약속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장외투쟁 중인 한국당을 질책하거나 압박하기보다 ‘야당 존중’을 먼저 약속하며 국회 정상화에 함께 해줄 것을 ‘낮은 자세’로 요청한 것이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웃으며 화답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1963년생, 이 원내대표는 1964년생으로 나 원내대표가 한 살 더 많다.

첫 상견례 뒤 사흘 만인 지난 12일에는 이 원내대표가 나 원내대표에게 먼저 연락해 ‘짜장면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동생이어서 (나 원내대표에게) ‘저녁을 빨리 사주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평소 내성적인 그의 성격을 감안하면 상당히 적극적인 스킨십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를 겨냥한 강경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실제로 당 지도부에서는 국회 정상화와 황교안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 등 한국당을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 원내대표는 비교적 온화한 메시지로 ‘로키’(low key·절제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이번 주 안에 국회를 정상화해 시정연설을 듣고 추경(추가경정예산)과 민생법안을 본격적으로 국회가 다룰 수 있게 (한국당이) 전향적으로 임해줄 것을 거듭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달창’ 등의 비속어로 표현하면서 당에서는 “최악의 여성 혐오”라며 일제히 맹폭을 퍼부었지만, 이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언급을 삼가거나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15일 당 여성 의원들이 나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연 데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협상을 해야 하는데 대답하기 참 난처하다”며 “생각이 없어서(대답을 못하는 게)가 아니라 조금은 신중해야 할 때가 있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는 원내대표 취임 이전 나 원내대표에 대한 그의 강성 발언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지난 3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표현하자 “2차 세계대전 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학대했던 나치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원내대표 선거 기간에는 “나 원내대표가 합리적 보수 정치의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는데, 나 원내대표마저 극우 정치를 선동하고 있다”며 “제가 원내대표가 돼서 한국당의 극우적 경향을 막아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집권여당 원내대표’라는 막중한 역할이 이 원내대표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회 정상화와 국정 안정이라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상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원활한 협상을 위해서는 결국 자기 자신부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뒤따랐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원내대표도 선거 당시 정견발표에서 “원내대표의 또 다른 이름은 ‘협상’이라는 점을 잘 안다”며 “설득의 정치는 여당 몫이다. 원칙에 집착했던 만큼 때로는 놀라울 만한 유연성도 발휘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내에서는 이 원내대표의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원내대표는 싸우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싸움이 격화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야당과 협상하고 전체 국정을 생각해야 한다”며 “무릎을 꿇는 심정으로 야당의 심기와 비유를 맞춰야 하는 만큼 합당한 자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어떤 식이든 무한 책임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필요에 따라서는 야당을 포용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마땅히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원내대표가 잘 하고 있다고 본다”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이 원내대표의 이같은 행보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을 향해 아무리 자세를 낮추고 설득하며 공을 들여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면 결국 이 원내대표가 본래 자신의 모습인 원칙적이고 강경한 목소리를 다시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뉴시스>

<저작권자ⓒ '한국언론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많이 본 기사 Top5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카카오톡

핫클릭 ✓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