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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봉쇄 대응책은 기술·외교력

기사입력 | 2019-05-17 11:55

안재현 KAIST교수·IT경영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중국 화웨이 장비의 미국 내 사용 금지를 겨냥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국가 위기 시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외부 회사들과의 거래를 금지할 수 있는 대통령의 명령이다. 비록 그가 서명한 행정명령에서는 화웨이라는 회사를 직접 지목하지 않았으나, 화웨이가 주 타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간의 무역 협상이 난항을 겪고 관세 폭탄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여서 더욱 그렇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맞춰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기술을 구매하는 경우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리스트에 화웨이 및 화웨이와 관련된 70개 기업을 포함시켰다. 향후 150일 이내에 상무부는 관련 규제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 사건이 미·중 간 무역 협상의 과정과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러한 행정명령은 미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몰래 심어 놓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중국이 탈취해 간다는 이른바 백도어(backdoor) 주장에 근거한다. 이런 주장이 이번에 처음 제기된 건 아니다. 화웨이와 중국 제2의 통신장비회사인 ZTE에 의한 스파이 활동은 2012년부터 미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제기됐고, 2018년에는 공공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의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하게 정보를 탈취해서 국가안보나 기업 비밀 유지가 위험에 처했다는 구체적 사실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계속 지적돼 왔다. 일부 미국 언론에서는 미·중 간의 무역 협상이 타결된 이후 이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게 되자 중국과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제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진실과 상관없이 미국이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한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과학기술 및 경제적 우위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미국은 중국이 ‘제조 2025’를 통해 미국의 경쟁력이었던 첨단 의료, 바이오, 항공우주, 반도체, 통신 장비, AI 등의 첨단산업을 중점 육성하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제조 경쟁력의 핵심인 스마트 공장과 자율주행 서비스 등에 필수적인 5세대(5G) 서비스의 경쟁력에 미국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에 대한 견제를 이해할 수 있다.

화웨이는 1987년 설립됐고, 2018년에는 1052억 달러의 수입에 87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한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및 단말기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북미의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은 2017년 기준 2%로 미미한 수준이어서 이번 행정명령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지난 4월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하면서 이미 통신장비 업체들을 선정했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LG U+만이 화웨이 장비를 선택했다. 미국이 영국·독일 등에도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아 달라고 종용했다고 하지만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일방적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과거 사드(THAAD) 배치에서도 그랬고, 인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구상에서도 그렇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기술적·군사적 패권을 두고 경쟁하면 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강요된 선택의 결과는 슬프고 비참할 뿐이다. 우리의 강한 경제력·기술력·외교력이 더욱 절실한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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