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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수동적 인간 만든다

기사입력 | 2019-05-17 11:55

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인간이 하는 일은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도 빛과 어둠이 교차하게 마련이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인 산업혁명에 대해서조차 많은 지식인은 서로 다르게 평가했다. 영국의 평론가 조지 스타이너는 ‘잃어버린 낙원은’ 산업혁명이 일으킨 ‘인류문명의 절정기인 빅토리아 황금기에 있었다’고 했지만, 20세기 초의 여러 비평가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낙원이 아니라 지옥 같았다’고 했다.

기계문명은 인간을 고통에 가까운 억압적인 노역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지만, 그것과 더불어 일어난 생산의 기계화와 천민자본주의는 어떤 의미에서 인간을 노동의 즐거움이나 우정 있는 인간관계로부터 박탈하고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21세기 기계문명의 총아(寵兒)로 등장한 스마트폰과 인터넷 영상 매체의 경우 역시 이렇게 불완전한, 모순된 양면적 현실에서 벗어나는 예외가 될 수 없는 듯하다. 스티브 잡스가 발명한 스마트폰은 정보의 저장은 물론 우리 생활의 시간적·공간적 거리를 몇 초 단위로까지 단축시키는 혁명적 통신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인간을 스스로 기계의 노예로 만드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교 1학년 등 학령전환기 청소년 128만 명을 조사한 결과 20만 명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이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상태이고, 이 중 3만 명에 가까운 청소년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스마트폰에 중독돼 있다고 한다. 더 걱정스러운 사실은, 스마트폰 중독자의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세 이하 아동 20.7%가 스마트폰중독증 위험군으로 판명됐다.

자라나는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이처럼 스마트폰에 중독돼 마비 상태가 되면,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과의 만남을 통한 정서교육은 물론 인격 함양과 자기 발전을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빼앗겨 영상물에 매달린 수동적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국내외 많은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지적하듯이, 그들이 사이버 세계에 스스로 계속 갇혀 있게 되면 우울한 고독과 소외감으로 인해 성장 과정에서 퇴폐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로 인해 자신을 파멸시킬 위험성도 우려된다.

내일의 우리 사회를 짊어지고 나아갈 청소년들이 이렇게 비현실적인 환상적 사이버 공간에 갇힌 생활을 계속하게 되면, 그것은 치유하기 어려운 사회적 병인(病因)으로 악화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는 이미 이 문제의 심각성을 예견하고 초·중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했고, 대만은 2∼18세가 스마트폰 등에 중독되면 보호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물론 우리는 기계문명이 가져다주는 혜택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기계문명 속에 살면서도, 기계의 노예가 되지 않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통제하는 능동적인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잘못이 없겠다.

스마트폰 사용이 가져다 주는 여백의 시간을 창조를 위한 순간들로 전환할 수 있어야 전정한 문화인이 될 수 있다. 버트런드 러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계는 아름답기 때문에 숭배하고, 힘을 공급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무섭기 때문에 증오를 받고, 예속을 강요하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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