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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곪는 버스파업 미봉

김세동 기자 | 2019-05-17 12:07

김세동 전국부장

지난 15일 예정됐던 전국에 걸친 버스 파업이 하루 전부터 몇 시간 전후로 막판에 극적 타결돼 교통대란은 피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 여당의 고질적인 무능력·무대책 유전자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정된 파업이 철회·유보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여권이 동원한 해결책은 버스요금 인상과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이어서 서민 주머니를 털거나 혈세를 넣어 정부의 정책 실패를 땜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여당이 주도해 지난해 3월 주 52시간 근무제를 버스기사에게도 적용, 오는 7월부터 실시키로 한 것에 비춰보면 버스 파업은 1년여 전부터 예상됐었다. 그런데도 버스 업무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손 놓고 1년여 허송세월하던 여권은 파업이 현실화되자 뒤늦게 개입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준(準)공영제 확대와 요금 인상으로 해결했다. 사고는 자신들이 치고 뒷감당은 국민이 하라는 것이다.

지자체가 민간 운수업자와 버스 수입을 공동관리하고 적자가 나면 재정으로 메워주는 준공영제를 전국에 걸쳐 실시할 경우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 2004년부터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는 지금까지 총 3조7155억 원을 지원했다. 2016년 이후 매년 3000억 원 가까이 지원하다 지난해는 5402억 원이 서울 시내버스회사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갔다. 준공영제를 도입한 대구시, 인천시, 부산시 등이 각각 1100억 원 정도 지원하는 등 지난해 서울시 등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8개 지자체의 재정 지원 규모는 1조930억 원이었다. 아직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다른 지자체로 확대될 경우 추가로 매년 1조3433억 원이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 더해 추가로 고용해야 할 버스기사가 1만6000명 정도 돼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버스 파업은 머리가 조금만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지만 대통령부터 총리, 주무장관, 여당까지 ‘나 몰라’하며 1년 3개월을 수수방관했다. 주 52시간제 도입 시 기본급은 적고 연장 근로와 주말 근로로 받는 수당이 많은 버스기사들의 월급이 대폭 줄게 되는 만큼 그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또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해 버스운영 노선을 감축하든지 기사들을 대거 추가 고용해야 하는 버스사업자들이 기사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들어줄 여유가 없다는 것도 수학 함수를 공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권이 더 고약한 건 전국적 버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불똥이 주 52시간제에 튈 것이 명약관화해지자 요금 인상을 지자체에 요청하면서 버스 파업은 주 52시간제와 무관한 버스 기사들의 임금인상 요구라는 등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겠다고 나왔다는 점이다. 사태 해결보다는 청와대 보호가 더 급한 모양새였다. 이번 버스 파업은 서민 호주머니를 털고 세금 투입으로 막았지만, 내년 1월에 시작되는 300인 이하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2차 파업은 또 어떻게 막을 것인지 걱정이다. 버스는 공공성이 있으니 요금인상과 준공영제 도입으로 메웠다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더 많이 느낄 민간부문은 어떻게 막고, 무엇으로 설득할 것인가. 정부 여당이 보여준 ‘실력’으로 볼 때 남은 7개월은 대책을 세우기에 결코 충분치 않아 보인다.

sdg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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