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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지랖’

기사입력 | 2019-05-17 12:07

황성규 논설위원

속담이란, 예로부터 민간에 전해 오는 쉬운 격언이나 잠언, 또는 속된 이야기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거나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가장 흔한 속담이다. 이는 남과 북이 다 같이 쓰는 격언이다. 굳이 해설을 곁들이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공감할 수 있다. 말과 글이 같고 생활 문화가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단의 기간이 두 세대도 넘어 70년이나 되면서 그 용례와 뜻이 바뀐 속담도 많다. 우리 사회에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일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마지못해 건성건성 해치우는 모양을 비유할 때 하는 말이다. 북쪽에서는 이런 상황을 ‘이붓아비(계부) 뫼 벌초하듯 한다’고 한다. 같은 뜻이나, 그 대상이 처삼촌이라는 먼 인척에서 의붓아버지로 바뀌었다. 북한 사회에서는 ‘가을뻐꾸기소리 같다’는 속담도 널리 쓴다. 봄이 아닌 때에 우는 뻐꾸기 소리 같다는 뜻으로, 믿을 수 없는 헛소문을 형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북 주민들끼리 “달아매인 돼지가 누운 돼지 나무란다”고 말한다면, 잡혀서 도축장에 매달린 돼지가 살아서 누워 있는 돼지를 보고 뭘 잘못한다고 꾸짖는다는 뜻이다. 곧, 죽게 될 처지이면서도 저와 비교할 수조차 없이 형편이 좋은 사람을 흉보는 짓을 비웃어 이르는 말이다. 매달린 개가 누워 있는 개를 보고 웃는다는 말과 마찬가지 의미다. 또, 삶은 소가 웃다가 꾸레미(부리망) 터지겠다는 평양 속담도 있다. 하는 품이 너무 어이없고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올 때 사용한다. 경남 진주의 ‘섭천 소가 웃는다’는 지역 속담과 쓰임새가 비슷하다.

제1 야당 원내대표가 최근 문제가 돼 사과한 발언과 관련해 북한의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15일 “가마 속의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삶은 소가 웃다가 꾸레미 터지겠다는 저들의 속담을 돌려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입에서 뱀이 나가는지 구렁이가 나가는지 모르고 혓바닥을 쉴새없이 놀려댔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 저열한 표현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을 아직 적화통일(赤化統一)은 하지 못하고 ‘조공(tribute)’ 받는 속국쯤으로 여기면서 오지랖 넓게 시시콜콜 간섭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남쪽 종북 세력들의 부화뇌동을 부추기는 선전선동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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