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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성패와 모바일 결제 규제

기사입력 | 2019-05-01 12:13

서봉교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지난주 갑작스럽게 카드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침에 커피를 구매하고 결제한 카드를 놓고 왔다는 것이었다. 요즘 카드 결제 방식이 바뀌면서 가끔 카드 뽑는 걸 잊어먹는 일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결제 환경이 카드 사용에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가게, 지하철, 버스, 택시, 공공서비스 등을 이용할 때 자유롭게 카드를 쓸 수 있다. 그래서 카드보다 더 편리하고 사회적 비용이 덜 드는 새로운 ‘제로페이’ 결제 서비스가 있다고 해도 쉽게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것을 이해한다. 제로페이를 경험한 사람 중에서도 휴대전화를 이용한 결제가 카드 결제보다 편리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결제 금액을 입력하고 송금하는 방식인 반면, 카드는 단말기에 꽂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로페이도 조만간 상점에서 소비자의 QR 코드를 촬영하는, 보다 편리한 방식으로 개선될 예정이니 그 불편함은 곧 사라질 것이다.

모바일 결제의 편리함은 결제 절차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로 여유 자금을 소액 분산 투자하고, 지난달 지출 내역을 분석해 낭비를 줄이고,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고, 모바일 쿠폰들을 살펴보고, 광고 동영상을 보면 소액 현금이 내 계좌로 입금되는 일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 먼 미래에 실현될 세상이 아니라, 지금 중국의 알리페이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결제 서비스들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바일 결제는 카드 결제가 제공하지 못하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혁신적인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에서는 모바일 결제를 신선식품 오프라인 매장에서 활용해 성공한 ‘허마셴성(盒馬鮮生)’의 사례가 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신선식품의 QR 코드를 모바일 결제 앱으로 촬영하고,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신청하면 30분 안에 집으로 배달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달리 매장에서 길게 줄을 서 결제하고 배달받을 집 주소를 써야 하는 기존의 번거로운 과정이 통째로 생략된다.

이처럼 중국 모바일 결제의 편리성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지금 국내에선 모바일 결제 ‘제로페이’의 효용성과 편리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제로페이가 앞선 사례들처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규제 장벽 문제를 해결하고, 결제 기반과 제도 정비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모바일 결제회사들이 단순히 결제 수수료가 아니라 기업 광고 제공, 모바일 쿠폰 발행 등의 비즈니스를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하지만 카카오페이가 공유택시 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을 봤을 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모바일 결제가 현재의 카드 결제 시스템을 보완하는 사회적 비용은 과거 카드 결제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지불했던 비용, 또는 지금 카드 결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고 있는 사회적 비용과 비교한다면 결코 크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4차 산업혁명, 그리고 핀테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와 있다. 제로페이라는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응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카페에 놓고 온 카드를 가지러 지하철에서 지상의 그 가게까지 발길을 돌리는 불편함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생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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