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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용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

지난 15일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화재로 첨탑과 지붕이 붕괴되고 내부에 소장된 중요문화재 또한 상당 부분 소실됐다. 프랑스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인 가운데 파리 시민 수백 명은 17일까지 이틀간 대성당 인근에서 철야 기도를 했다고 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첨탑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한 비계의 상부 쪽에서 불길이 시작돼 내부 목재 장식 등으로 옮아 붙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번 화재를 우리나라의 문화재 안전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비통하게 지켜본 파리 시민들의 모습은 지난 2008년 2월 10일 서울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의 상징인 국보 제1호 숭례문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숭례문 방화 사건은 국가적으로 문화재 방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으며, 문화재 수리 원칙에 따라 문화재 수리기술 및 재료 측면에서 체계적인 복구 대책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이를 바탕으로 숭례문 복구 과정에서 관련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과거에 무분별하게 적용되던 최신 기법 및 재료 등을 배제하고 원재료의 개발에 초점을 맞춘 전통 기법의 적용으로 바꾸는 등 문화재 수리·복원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또한, 문화재 방재 분야에 많은 성과가 있었다. 소화전뿐인 과거 방재시설의 허술함을 벗어나 지금은 소화 시설은 물론이고 화재(火災) 경보, CCTV, 노후화를 개선한 전기시설 등도 확충해 즉각적인 대응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됐다. 사찰 주변에 화재 방재라인을 구축해 화재를 예방하고 있으며, 일부 목조 건축 문화재에는 시범적으로 문화재 주변에 물을 뿜어 열을 소비시켜 문화재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수막 설비(불국사 내 대웅전)를 설치하기도 했다.

2017년에 신설된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연구실은 화재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지진과 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예방적 문화재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국가지정 문화재의 정기조사 및 안전점검, 재료·구조성능 시험 분석을 통한 안전방재 연구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관련 전문인력을 확보해 문화재 내진 진단 프로세스 구축 등 문화재 안전 방재 전반의 연구를 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재 방재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 문화재 방재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국가지정 문화재의 경우 방재시설 등이 상당수 갖춰져 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방재시설을 설치하지 못한 문화재들은 여전히 화재와 자연재해에 노출돼 있다. 또한, 우리나라 전통 목조 건축물에서 종교의식으로 사용하는 촛불 등의 화기류, 전기 설비로 인한 합선 등의 위험에 대한 예방이 미흡하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목조 건축물의 경우 기존의 현대 건축물과 재료 및 구조 등이 차이가 있어 이에 적합한 문화재 방재시설과 기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문화재 방재 선진국인 프랑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문화재 방재의 현주소를 돌아봐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리고 문화재는 역사를 보는 창이다. 이러한 문화재가 다시 훼손되는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향후 프랑스의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 과정뿐만 아니라 방재 시스템 및 방재 기술 등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또한, 국민적인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으로 문화재 방재의 전문인력 양성과 충분한 예산 확보,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의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