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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정·김성현 부부

‘저랑 제 동기, 여자 좀 소개해 주세요ㅠㅠ.’

신원정(여·32·사진 왼쪽) 씨가 지금의 남편 김성현(32·오른쪽) 씨에게 3년 전 받은 문자다. 당시 정형외과 레지던트 3년 차이던 성현 씨는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정형외과 교수님 밑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던 원정 씨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둘은 업무를 같이한 동료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나이가 같아도 말을 놓지 않을 만큼의 관계였다. 그래서일까. 원정 씨는 성현 씨가 어렵게 소개팅 받고 싶다고 말한 것 같아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둘은 부부가 됐다. 소개팅해 달라는 사람과 주선자가 결혼한 셈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원정 씨에게 더 들어봤다.

성현 씨의 문자메시지로 두 사람은 사적인 연락을 이어갔다. 이상형부터 연애관, 또 가정환경까지 공유하게 됐다. ‘어떤 사람을 소개받고 싶으냐’로 시작된 대화가 마치 연인이 나누는 대화처럼 깊어졌다. 그만큼 대화가 잘 통했다고 한다.

“한 번 만나서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라는 성현 씨 제안으로 마련된 저녁 자리.

엄연히 따지면 소개팅을 주선해주기 위해 주선자와 소개팅남의 ‘사전 미팅’ 자리였다. 둘은 말이 잘 통했고 서로 알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함께 술을 마시고 공원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 아침 8시가 됐다. 소개팅은 불필요해졌다. 무박 2일의 사전 미팅을 끝내기 전 성현 씨는 원정 씨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나… 너(원정)가 많이 좋아질 것 같아!!”

좋으면 좋은 거지, 좋아질 것 같다는 또 무슨 말인가. 성현 씨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원정 씨는 당황했다. 더구나 원정 씨는 그동안 병원 내 성현 씨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라는 소문도 있었던 만큼 일순간의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성현 씨는 원정 씨에게 계속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데 열과 성을 아끼지 않았다. 한 달 가까이 그의 구애가 이어지면서 원정 씨 마음도 흔들렸다.

‘어쩌면, 금사빠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원정 씨는 속는 셈 치고 성현 씨 고백을 받아주면서 둘의 연애가 시작됐다. 주선자가 아닌, 연인 상대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연애 기간 1년이 조금 넘어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됐다. 비교적 짧은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하게 된 건 뜻밖의 사건(?) 덕분이라고 한다.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성현 씨는 자신의 아버지 생일에 원정 씨를 초대했다. 그날 아버지는 원정 씨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하셨다. 또 두 사람에게 당신께서 퇴직하기 전 결혼하라고 했다.

“아버님을 뵙고 나서 남편이 ‘아버지께서 맑고, 밝고, 바른 사람이랑 결혼하라고 했는데 그게 딱 너야’라고 커밍아웃을 하더라고요. 당황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어요.”

돌이켜보면 성현 씨는 원정 씨에게 항상 따뜻한 사람이었다. 고소공포증이 심하면서도 원정 씨 부탁에 케이블카를 올라타는 사람이었다. 또 벌레를 무서워하면서도 원정 씨를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벌레를 잡아주는…. 이런 사소한 감동이 쌓여 원정 씨는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결혼 이후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지금 내가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순간이 찾아왔죠. 그때 남편의 말이 큰 위로가 됐어요. 남편이 무엇을 하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자기가 서포트해 준다고 말했거든요. 말뿐만이어도 괜찮아요. 전 그거면 됐거든요. 하마터면 이렇게 좋은 사람을 누구에게 소개할 뻔했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해요.(웃음)”

p.s 지금 멋진 군의관이 되려고 고된 훈련을 견디고 있을 남편, 나도 항상 당신 곁에서 당신의 서포터가 될게.

sum-lab@naver.com

※해당 기사는 지난 한 주 네이버 연애·결혼 주제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콘텐츠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더 많은 커플 이야기를 보시려면 모바일 인터넷 창에 naver.me/love를 입력해 네이버 연애·결혼판을 설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