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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자보’ 국보법 안되면 명예훼손 적용하겠다는 경찰

손우성 기자 | 2019-04-15 11:56

전국 대학가 대대적 수사
막무가내식 과잉대응 논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신을 흉내 내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 정책을 풍자한 대자보를 전국 대학가에 붙인 대학생 모임 ‘전대협’에 대한 경찰의 과잉수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단순한 패러디를 두고 ‘민간인 사찰’을 방불케 하는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지적과 함께 막무가내식 수사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15일 서울의 경우 10개 경찰서에서 관련 사건 내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자보가 붙은 곳은 총 13군데 28장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일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를 주 수사관서로 지정하고 전대협 정부 비방 대자보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청에선 주로 명예훼손과 모욕 사건을 담당하는 경제범죄수사계가 지휘·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에서 발생한 사안임을 고려해 서울청 지수대에서 수사를 총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본청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일선 현장 수사과정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했다. 강원 횡성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대자보가 붙은 횡성군 우천면의 한국골프대학 인근 CCTV를 분석해 의심 차량 운전자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적법 수사절차를 밟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차량 소유 회사로 등록된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사무실을 방문해 기초 조사를 하려 하자 사무실 관계자가 “혐의와 죄목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 수사가 아니냐”고 항의했다.

경찰은 “내사 중인 사건으로 차량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과정”이라고만 말했을 뿐 압수수색영장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혐의 적용도 경찰서마다 뒤죽박죽이다. 횡성경찰서는 혐의에 대해 “옥외광고물 불법 부착”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대자보를 붙인 대학생을 상대로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정부를 비판하는 풍자여서 국가보안법은 적용할 수 없는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대통령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인 이병태 ‘행동하는 자유시민’ 공동대표는 “경찰이 거리낌 없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대통령을 해학적으로 비판했다는 이유로 수사하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인권을 뭉개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경찰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횡성=이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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