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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전작권 전환 서두르는 文정부
CP 탱고는 한·미 전시 지휘소
연합사에서 발 빼는 듯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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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사동맹에 정말 문제가 없나. 정경두 국방장관은 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과 회담한 뒤 “한·미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함을 확인했고, 양국의 일치된 노력으로 동맹적 관계를 상호 보완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섀너핸 대행은 “우리는 늘 ‘같이 갑시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중요하게는 더 많은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 같이 가는 것”이라며 양국 간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동맹이라도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술적 차이라면 몰라도 전략적 목표 자체가 다르고 ‘공동의 적(敵)’이 없다면 동맹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였다. 정 장관은 “전작권 전환의 첫 번째 조건인 한국군 핵심군사능력에 대한 한·미 공동평가를 위해 매월 박한기 한국 합참의장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특별상설군사위원회(SPMC)를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상설군사위원회(PMC)는 6개월에 한 번 열렸는데, PMC가 열리는 달과 전구(戰區)급 한·미 연합연습이 열리는 달을 제외하고 SPMC를 매달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올해 9월로 예정된 전구급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을 통해 최초작전운용능력(IOC) 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20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과 2021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거쳐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한·미 양국은 2014년 안보협의회(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에 합의했는데, 그 조건이란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등 3가지다. 이 3가지 조건이 앞으로 3년 안에 충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과연 전작권 전환이 현 연합사 구조를 사실상 그대로 유지한 채 연합사령관만 미군 장성에서 한국군 장성으로 바뀌는 형태로 이뤄질지도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유사시 한국 장성이 한국군과 기존 주한미군은 물론 대규모 미 증원군을 지휘하는 한반도 전구사령관 역할을 맡게 되는데, 한국 장성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지 그리고 미군이 이를 허용할지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잡음이 생기고 있다. 현재 계획으론 유사시 한미연합사는 성남 청계산에 있는 핵(核)벙커 ‘CP 탱고’로 이동해 전쟁을 지휘하게 돼 있다. CP 탱고(TANGO·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 자체가 전구 육·해·공 작전 지휘소(CP·Command Post)란 뜻이다. 그런데 CP 탱고는 2013년 이후 별다른 개·보수 작업 없이 방치돼 왔다. 평택 미군 기지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전작권 전환을 앞두고 있으니, 이제는 한국 측이 유지·보수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측 입장이다. 그런데 한국은 수도방위사령부 내 B-1 벙커를 이용하겠다며 난색을 표명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미 국방부가 CP 탱고 관련 예산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용 예산에 쓸 수 있도록 전용(轉用)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CP 탱고를 한·미 공동사용시설로 전환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고 하나, 불씨는 여전하다.

전시작전 지휘소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현재 한미연합사는 갈 곳조차 불투명한 신세다. 미 8군과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미 평택 미군기지로 옮겨갔다. 한미연합사도 용산 기지를 비워줘야 한다. 한국 측은 국방부 영내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군 측은 한미연합사 요원이 4개 건물에 분산 수용되게 된다는 점에 반발하고 나섰다. 약 300명의 연합사 요원이 한곳에 집결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연합사를 평택 미군기지로 옮기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합사가 수도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상징적 의미와, 그렇게 되면 한국군 주도의 전작권 전환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유로 이 방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국방부 영내에 건물을 신축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으나, 예산·시일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 이삿짐을 빼야 하는데 옮길 집이 없는 것이 현재 연합사의 실정이다.

이 와중에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직접 통제한 것으로 보이는 미 해병대 단독 훈련이 지난 3월 한국에서 진행됐다. 전구사령부로서의 연합사 위상이 축소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전진 기지로서의 필요성 때문에 립서비스를 계속하고 있으나, 연합사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에만 매달리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