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인물

‘역주행’ 에너지정책에… 꺼져가는 ‘ESS 산업’

이관범 기자 | 2019-03-29 14:04

정부, ESS 화재원인 규명못해
발주 중단 사태도 장기화 우려
LG화학·삼성SDI·LS산전 등
1분기 영업익 전망치 곤두박질

탈원전 정책 여파까지 겹치며
전망 밝던 미래산업 ‘사장위기’


2030년까지 16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차세대 에너지 산업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정부의 연이은 ‘역주행’ 여파로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사장(死藏)될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의 ESS 화재 사고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신규 발주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탈 원전’ 정책에 따라 ESS 전기요금 할인 혜택마저 사라질 것으로 보여 ‘제2의 수주 절벽’이 당장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9일 “정부의 ESS 화재 사고 원인 규명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라면 정부가 5월까지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발주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핵심부품인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 등을 생산하는 제조사들의 1분기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ESS 원가의 60~70%를 차지하는 중대형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각각 4410억 원과 1548억 원으로 석 달 전에 비해 20% 내려간 상황이다.

이들 기업의 중대형 배터리 사업의 적자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자동차 전지 부문의 실적 호조로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던 LG화학의 전지사업부는 올 1분기에 28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SDI는 1분기 중대형배터리 사업 적자 폭이 많게는 800억 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PCS 제조사인 LS산전도 마찬가지.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493억 원으로 전망됐는데, 석 달 전보다 12.8% 낮아진 것이다.

중소 전문기업들이 주로 몸담는 관련 시공 업계는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ESS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ESS 시장이 워낙 빠르게 성장해 와 인력을 대거 충원했다”면서 “올 들어 ‘개점휴업 상태’여서 인건비 등 고정비용 감당이 안 돼 감원하거나 폐업해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당장 올 하반기부터 ‘제2의 ESS 도입 중단 태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ESS 보급 확대의 기폭제 역할을 해 온 ‘전기요금 할인 시행세칙’을 일몰시킬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경부하 시간대(오후 11시~오전 9시)에 전기를 사용하면 요금의 50%를 할인해 주는 규정 덕분에 대규모 전기 사용 공장 등의 ESS 도입 수요가 지난해만 해도 대폭 늘었다. 하지만 한국전력의 수익성 악화로 해당 규정이 2020년에 일몰되면 당장 올 하반기부터 ESS 투자 동력이 뚝 끊어질 것으로 관련 업계는 크게 걱정하고 있다.

ESS 핵심 부품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요금할인 혜택 연장에 부정적 입장”이라면서 “2020년까지 요금할인을 받아 봐야 막대한 설비 투자비의 3분의 1도 회수하기가 어려운 데다, 경제 상황도 악화하고 있어 ESS 도입 의사를 밝혀 온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하는 방향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고 토로했다.

ESS는 2차 전지 기술을 활용해 값싼 심야 전기를 댐처럼 가둬 놨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하는 스마트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전력 소비 집중으로 발생하는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를 방지하고 핵심 부품인 2차 전지 산업 육성에 이바지에 할 것으로 기대돼 왔다.

이관범·권도경 기자 frog72@munhwa.com

많이 본 기사 Top5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카카오톡

핫클릭 ✓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