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병태(오른쪽 여섯 번째)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지난해 서울 종로에서 전현주(오른쪽 첫 번째) 씨 등 경제지식네트워크 번역 자원봉사자들과 오프라인 미팅을 갖고 있다. 경제지식네트워크 제공

‘경제지식네트워크’ 해외 칼럼 번역팀 자원봉사자들

美 저서 ‘왜 결정은 국가…’번역
주요 서점 정치·사회분야 1위로

“보편복지 대한 세간 인식 바꾸고
시장경제 우수성 알리려 참가”

“한때 남미 베네수엘라가 이상향인 것처럼 소개했던 공영방송과 일부 학자는 현재 베네수엘라가 좌파 포퓰리즘의 거센 후폭풍을 겪고 있는데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가 어떻게 형성되고 운영되는지에 대해 알리기 위해 이 책을 번역했습니다.”

서점가에서 시장경제 관련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책이 있다. ‘왜 결정은 국가가 하는데 가난은 나의 몫인가’는 주요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 정치·사회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고, 22일 현재까지 관련 분야 상위권에 위치하며 3쇄에 돌입했다. 책의 성공이 더 이례적인 이유는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는 ‘경제지식네트워크’의 해외 칼럼 번역팀이 자원봉사 형태로 번역한 책이라는 점에서다. 번역 전체가 번역팀 자원봉사자 4명의 재능 기부로 이뤄졌다.

번역 작업을 주도한 전현주(여·46) 씨는 “자본주의는 냉혹하고 부작용이 큰 제도, 사회주의는 따뜻하고 이상적인 제도로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번역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과거 케이블 방송에서 외국 영화를 번역했던 전 씨는 결혼 후 10여 년 동안 번역 작업을 쉬다가 지난해부터 경제지식네트워크에서 해외 칼럼 등을 번역해 소개하는 작업에 참여했고, 책 번역에까지 나서게 됐다. 그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시장 체제를 바탕으로 살면서 195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놀랄 만한 발전을 이뤘다”며 “자본주의의 어감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보편적 복지나 재분배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의 인식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협력을 공부했던 전 씨의 이력도 그가 시장경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전 씨는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한국의 경제 제도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민 대부분이 과거보다 향상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했다”며 “국민이 다음 세대를 위해 피땀 흘려 일했고 지도자의 판단도 탁월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왜 결정은 국가가 하는데 가난은 나의 몫인가’는 로런스 리드 미국 경제교육재단 회장이 시장경제의 우수성과 사회주의의 오류에 대한 여러 저자의 글을 모아서 낸 책이다. 리드 회장은 한국에서 책 판매가 급증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인적으로 책 수천 부를 북한 평양에 공중 투하하고 싶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전 씨는 “단순히 경제에 관한 책이 아니라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책”이라고 평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