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행기 흔들며 지성규 신임 KEB하나은행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행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취임… “디지털·국제화” 일성

경력 30년중 절반을 중국통으로
하루 수백㎞씩 이동 고객 만나

2025년까지 이익40% 해외서
3년 연속 순익 2조 달성할 것
글로벌 인재 2000여명 육성도

마라톤 즐겨 별명이 ‘지기정’

지성규(56) 신임 KEB하나은행장은 22일 “실적은 물론 성공적인 현지화 경험이 있다는 게 ‘국제통’ 행장들 가운데 나의 경쟁력”이라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개인 고객 해외투자의 길라잡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연소 시중 은행장으로, 전날 취임한 지 행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전문 CEO 전성시대를 맞은 국내 은행권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나타냈다. “디지털과 국제화는 은행들의 시대적 숙명”이라고 정리한 그는 은행 경력 30년 중 절반가량을 중국에서 보내 대표적인 ‘중국통’ 은행장으로 꼽힌다. 그는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고객 한 명을 만나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씩 이동한 게 바로 나”라면서 “중국 법인장을 하면서 기업, 소매(리테일), 리스크 부문 등 은행 전반에서 노하우를 쌓았다. 국내 영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실제 지 행장의 경력에서 중국 근무경험은 가장 성공한 동시에 가장 고생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 행장은 “‘현지화’만이 답이란 생각에 중국법인의 모든 분행장(지점장)을 현지인으로 교체하기로 했는데 광저우(廣州) 분행장을 맡기로 한 분이 부인의 반대로 거절했다”면서 “아내까지 불러 3일간 설득한 끝에 모신 기억이 떠오른다”고 웃음 지었다. 경남 밀양 출신인 그에게 2003년 겨울 만주벌판인 선양(瀋陽)으로의 발령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기 위해 중국어와 영어성경을 대조하며 학습한 그의 일화는 은행 내에서도 회자될 정도다. 지 행장은 당시의 경험이 토대가 돼 현재는 현지인 수준의 중국어, 영어, 베트남어, 일본어 등 총 5개 국어가 가능하다.

그의 별명은 ‘지기정’이다. 직원들이 지어준 것으로, 손기정 선수와 외모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실제 지 행장이 마라톤 풀코스를 즐기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마라토너처럼 골라인을 향해 우직하게 주어진 길을 가는 업무스타일도 별명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 행장은 “2025년까지 은행 이익의 40%를 해외에서 거둔다는 ‘글로벌 2540’ 전략을 우직하게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지만 올해 ‘3년 연속 당기순이익 2조 원 돌파’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했다.

지난 2001년 직원고충처리담당 부서장으로 근무할 당시 7개월 만에 4000명의 전 직원을 일대일 면담한 경험이 있는 그는 ‘소통’과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 행장은 “결국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지 않으냐”면서 “2000명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