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물의 날’ 美환경청장 경고

“기후변화 위협 50년 남았지만
먹는 물은 당장 사람들을 죽여”

한국 물부족에도 洑철거 논란
물환경학회장 “상류 오염 때
물길 차단해 하류 피해 막고
가뭄땐 생태계 보전하는게 洑”

“‘위험한’ 식수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보다 더 절박한 문제입니다.”

22일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미국 환경보호청(EPA) 수장이 국제사회는 기후변화보다는 식수 공급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가 수자원 확보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4대강 보(洑)에 대한 철거 및 상시 개방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국내외에서는 물 부족 상황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1일 CBS 등에 따르면 앤드루 휠러 EPA 청장은 전날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매일 1000명의 아이가 안전한 식수가 없어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위기”라며 관련 자원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휠러 청장은 “유엔과 세계은행(WB)이 오늘날 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식수) 문제에 더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매일 죽어가는 1000명의 아이에게는 이름이 있고, 우리는 그들이 누군지 안다”고 말했다.

휠러 청장은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가 다뤄야만 하고, 다루고 있는 중요한 변화”라면서도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주요한 위협은 50∼75년 정도 남았지만, 안전하지 않은 식수는 지금 당장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이 2005년 이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이미 14% 줄였다며 “전 세계는 마실 물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필리핀은 2주째 16개 도시와 마을이 있는 메트로 마닐라 주민 1300여 명이 물 부족 위기를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정부가 나서 수자원을 통제·관리할 수 있는 4대강 보에 대한 철거 또는 상시 개방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환경부는 “물흐름을 방해하는 구조물인 4대강 보는 오히려 홍수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 2012년만 해도 “보를 건설하면 물 부족으로 동맥경화에 걸린 4대강을 살릴 수 있다”고 대국민 홍보에 나섰었다. 이창희 한국물환경학회장(명지대 교수)은 “중간에 설치된 보는 상류에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물길을 차단해 하류의 피해를 막는 기능도 가질 수 있다”며 “극심한 가뭄 때는 적어도 본류 구간의 생태계 보전을 위해 최소한의 유량을 유지하는 시설로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아·이해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