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심 서울컨트리클럽 이사장이 지난 15일 경기 고양시 서울·한양 컨트리클럽 1층 로비에 전시된 각종 트로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심 서울컨트리클럽 신임 이사장

最古 역사 서울CC 이사장 당선
‘회원 카트비 면제’ 계획 소문나
두달 만에 회원권 1억 원 폭등
클럽하우스 신축에 박물관 추진
무보수지만 회원 혜택에 최선

50代 한창땐 장타자로 소문 나
요즘도 180m 훌쩍 건강 과시

이심(79) ㈜주택문화사 회장이 지난 1일 ‘한국골프 역사의 산실’ 서울컨트리클럽의 새 이사장에 선출됐다.

지난 15일 경기 고양시 서울컨트리클럽 이사장실에서 이 이사장을 만났다. 그를 포함해 3명이 이사장 선거에 출마했고 1100여 명의 회원 중 700여 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그리고 그는 315명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서울CC는 한국의 최고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골프클럽이다. 한국전쟁 직후이던 1954년 서울 군자동에서 개장했다. 휴전 후 전선을 지켜야 할 미군들이 한국에는 골프장이 없다는 이유로 주말이면 일본으로 골프 치러 간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승만 대통령 지시로 만들었다. 서울CC는 이후 어린이 대공원 터로 내주고 1972년 지금의 고양시로 이전했다. 서울CC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운영되지만 한양CC 주식을 100% 인수하면서 2개의 법인이 하나의 골프장을 공유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다. 이 이사장은 먼저 “회원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보수 명예직 이사장이 됐지만 취임 이후 매일 골프장에 출근하고 있다. 그는 “회원들이 나를 뽑았을 때의 마음을 헤아려 매일 출근해 코스도 돌아보며 점검도 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사장 선거에 앞서 공약을 통해 회원 혜택 강화를 역설했다. 또 예전부터 계획했던 클럽하우스를 신축하고, 골프박물관 추진도 해 나갈 작정이다.

이 이사장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지는 40년이 됐다. 그는 1964년 코트라(대한무역진흥공사)에 공채로 입사, 10년 가까이 일하다 기업의 임원을 거친 뒤 지금의 ㈜주택문화사를 창업했다. ‘월간 현대주택’을 시작으로 주택신문, ‘전원 속의 내 집’ 발행 외에도 60여 권의 도서를 발간했다. 주간지 ‘백세 시대’도 창간해 운영 중이다. 2001년부터 4년간 잡지협회 회장을,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대한노인회 회장도 역임했다. 에스콰이아 상무 재직 시절이던 1980년 초반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골프 친다고 드러내기도 어려웠던 시절. 부하 직원들 눈치도 보였고, 골프를 끊을 수 없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사직서를 냈다.

이 이사장이 골프에 푹 빠졌을 무렵, 막연히 ‘골프장 사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당시만 해도 골프장 부킹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던 시절이었기에 골프장 사장이 되면 원 없이 골프를 칠 수 있을 것 같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골프장을 마음껏 이용하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30여년 만에 꿈을 이룬 셈. 사실 그는 최근 서울CC 변화에 깊숙이 간여해 온 주역이다. 1985년 한양CC 회원이 된 이후 2000년 서울CC 회원이 됐고, 2017년 서울CC 역사 편찬위원을 지냈다. 그리고 클럽하우스 재건축위원장을 맡아왔다.

이 이사장은 현재의 클럽하우스가 낡고 협소해 현재의 주차장 부지에 새로 신축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단순한 클럽하우스가 아니라 한국 최초의 골프장이니 한국미도 살린 ‘명품 건축물’을 짓겠다는 목표다. 또 고양시와 협력해 골프박물관을 만들어 한국 골프의 총본산으로 거듭나게 할 작정이다. 굵직한 세계골프대회 유치도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서울CC는 벌써 신임 이사장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회원에게 카트비를 면제하겠다는 그의 계획이 알려지면서부터 이사장 출마 선언 당시 2억8000만 원 하던 회원권 가격이 불과 두 달도 안 돼 3억7000만 원을 주고도 못 살 만큼 폭등했다. 회원은 2만 원대의 개별소비세만 내면 추가 비용 없이 라운드가 가능하게 된 것. 그는 현재 회원이 되려면 회원 3명 추천으로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심사 제도를 바꿔 좀 더 엄격히 해 회원 품격도 끌어올릴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이사장은 “서울CC 회원 평균 나이가 72세로 70세 이상의 회원이 70%가 넘고 93세 회원이 매주 라운드를 할 정도”라며 “주말 라운드를 위해 2∼3시간 동안 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고령의 회원들 표정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나이보다 월등한 건강미를 과시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는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79타. 80대 초반 스코어를 자주 치던 50대에 작성했다. 사실 그는 서울CC 회원 사이에서는 소문난 장타자. 하루에 1만 보 이상을 걷고 카트 한 번 타지 않고 라운드를 마칠 만큼 평소 걷기를 좋아하는 데다 헬스클럽을 다니며 근육 강화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는 게 비거리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드라이버로 180m를 보낸다. 2017년 8월 한양CC 구 코스 18번 홀(파4)에서 ‘60대 젊은 회원’들과 라운드하면서 이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180m를 남겨 놓고 3번 우드로 친 게 그린에 오르더니 홀로 사라졌던 것. 그는 두 차례 홀인원의 행운을 안았다. 첫 홀인원은 골프 배운 지 10년이 채 안 됐을 무렵이던 1989년 경기 용인의 골드CC 챔피언 코스 2번 홀(파3)에서 작성했고, 몇 년 뒤 용인 남부CC 15번 홀(파3)에서 두 번째 홀인원을 작성했다.

이 이사장은 “팔순 나이에도 철들 게 만드는 게 골프”라면서 “예전엔 상대의 비신사적인 행위나 캐디를 탓하는 동반자를 보면 화를 내고 꾸지람을 했지만, 이젠 상대에 대한 너그러움이 더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신에겐 더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대신 룰을 엄격히 지키니 이젠 대부분 90대 스코어를 훌쩍 넘기기 일쑤라는 설명. 하지만 즐기다 보니 기분 좋은 라운드가 더 많아진 것은 덤이 됐다며 웃었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