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커피 향기 날리는 날 눈이 시릴 만큼 햇살 가득한 날, 봄을 맞이한 필드에는 커피 향기가 봄처럼 퍼져간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지적장애인 박지환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운동을 한다. 운동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그리고 골프채를 확인한다. 한국골프대학에 다니면서 3년간 익힌 습관이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되면 어김없이 커피숍으로 향한다. 오후엔 바리스타로 활동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골프장에 나간다. 이 같은 과정은 골프를 치기 위한 전주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이 같은 라이프 스타일이 뭐가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1급 지적장애인 골퍼다. 한국골프대학에 도전해 3년 과정을 거쳐 졸업하고 골프레슨 자격증까지 획득했다면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지환 씨는 2011년 한국골프대학에 도전해 합격했고, 2014년 지적장애인으로서는 첫 졸업자가 됐다. 지환 씨로 인해 이후 많은 장애인이 한국골프대학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환 씨는 2015년도 마카오 스페셜올림픽 국제골프대회에 참가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지환 씨 외 많은 지적장애인이 지금도 골프에서 꿈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골프대학을 졸업하면 꼭 레슨프로가 돼 많은 사람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싶다”고 목표를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실제로 그는 서초동에 실내골프연습장을 오픈했다. 일반 골퍼, 장애우 골퍼에게 레슨했지만 인식 부족과 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곧 문을 닫아야만 했다.

이후 골프레슨 코치에 대한 꿈을 가슴에 간직한 채 지금은 주 5회 3시간씩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5년째 바리스타 일을 하고 있는데 그를 이렇게 잡아주고 있는 것 역시 골프레슨이다. 그는 지금도 11개국 110명이 참가했던 대회에서 우승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로 인해 행복함은 물론 또 다른 친구들에게 골프를 가르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미국의 작가 앨리스 워커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그들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골프는 꼭 프로선수와 일반 골퍼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그가 꿈꾸는 골프 역시 똑같다. 그리고 지환 씨가 꿈꾸는 골프레슨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코딩이다. 수많은 꿀벌이 잠시도 쉬지 않고 몇 g의 꿀을 나른다. 그 몇 g의 꿀은 꿀단지를 채우지만 정작 자신은 먹지 못한다. 어둠을 뚫고 칠흑의 바다에 빛을 내는 등대 역시 내가 가기 위해 빛을 바다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지환 씨가 꿈꾸는 ‘골프레슨 코딩’을 위해 올 5월 말에 열리는 그린콘서트에서 그가 골프레슨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볼까 한다. 8년 전 그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