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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본처와 70대 후처 52년 기구한 인연…살인으로 비극적 결말

기사입력 | 2019-03-15 10:15

본처 살해 후처 1심 징역 6년…2심 최후 진술서 하염없이 눈물만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17년간 같은 집에서 함께 생활한 80대 본처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70대 후처 할머니는 지난 13일 항소심 법정에서 고개를 떨궜다.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해 달라”는 항소심 재판부의 최후 진술 요구에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농아인 A(73) 할머니는 지난해 9월 7일 오전 2∼4시 사이 함께 사는 B(89) 할머니의 얼굴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하나의 남편을 둔 A 할머니와 B 할머니의 기구한 인연은 50여년 전인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편의 본처인 B 할머니가 자녀를 낳지 못하자 후처로 들어온 A 할머니는 남편의 뜻대로 2남 1녀를 출산했다.

농아인 A 할머니는 가난으로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하고 수화도 정식으로 배우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법적으로 자녀들의 어머니는 B 할머니로 등재됐고, 자신이 낳은 자녀들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딸도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듬해인 2001년에는 남편마저 사망했다.

장성한 자녀들이 집을 떠나자 집안일은 A 할머니가 도맡았다. 그렇게 17년을 B 할머니와 함께 단둘이 생활했다.

그러다 두 할머니 사이에 오해가 생겼다. A 할머니가 식당 주방일을 하면서 저축한 1천만원을 B 할머니가 숨겨뒀다고 여긴 것이다.

평소 자신은 식사와 빨래 등 집안일을 전담하는 반면 B 할머니는 주로 외부로 놀러 다니기만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B 할머니가 술을 마시고 귀가하면 잠을 자는 자신을 흔들어 깨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불만이 컸지만 속으로 삭인 채 생활했다.

사건이 벌어진 당일에도 술을 마시고 귀가한 B 할머니가 평소 술버릇처럼 자신을 수차례 흔들면서 잠을 못 자게 했다.

평소 쌓였던 불만으로 잠을 뒤척이던 A 할머니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A 할머니는 옆 방으로 건너가 잠을 자는 B 할머니의 얼굴을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

결국 같은 남편을 두고 50여년 이어진 두 할머니의 기구한 삶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파국을 맞았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 할머니의 자녀들은 증언과 탄원서를 통해 “오랜 기간 듣지도 못하고 소통도 힘든 생활 속에서 항상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삭여 온 어머니의 괴로움과 고통을 미리 헤아리지 못했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A 할머니에게 양형 가중 요소와 감경 요소를 고려, 권고형의 범위인 징역 7년∼12년보다 낮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다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후처로부터 자녀를 얻어 한집에 살면서 직접 목격해야 했고, 후처와 남편의 자녀들을 자신의 자녀처럼 키워냈음에도 피고인의 범행으로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A 할머니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달 3일 열린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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