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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빠지고 가식으로 엉킨 세상에 대한 당돌한 외침

기사입력 | 2019-03-14 11:20

■ 드렁큰 타이거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성인 중 상당수가 자신은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인다고 착각한다는 통계가 있다.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는 데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동안의 비결이 뭐죠.” 분위기는 부드럽고 협상은 순조로울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일단은 ‘동심’이라고 답한다. 근심을 버리면 많은 걸 얻게 되지만 동심을 버리면 많은 걸 잃는다. 흥이 날 땐 작은 율동을 곁들여 동요도 부른다. 최근 ‘파란 마음 하얀 마음’에서 ‘동네 한 바퀴’로 옮아가는 중이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우리 보고 나팔꽃 인사합니다/우리도 인사하며 동네 한 바퀴/바둑이도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윤석중 작사).

레퍼토리를 바꾼 계기는 탤런트 김영철이 진행하는 ‘동네 한 바퀴’(KBS)다. ‘속도의 시대에 잃어버리고 살았던 동네의 아름다움, 오아시스 같은 사람들을 보물찾기하듯 동네의 숨은 매력을 재발견하며 팍팍한 삶에 따뜻한 위안을 전하는 도시기행’ 프로그램이다. 나도 틈마다 동네를 누빈다. 얼마 전엔 인근(통인동)에서 ‘오아시스 같은’ 이름을 발견했다. 박제가 돼버린 천재, ‘날개’의 소설가 이상의 집이 거기 있었다. 1911년부터 23년간 큰아버지 댁에 살았는데 바로 그 자리에 새로 지은 건축물이다.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934년에 발표한 시 ‘오감도’는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 봐도 어려운데 85년 전엔 오죽했을까. 아마 인공지능(AI)에게 ‘난해한 시 들려줘’라고 명령하면 이 시를 들려줄 가능성도 있다. 기록을 보니 당시 조선중앙일보에 ‘미친 사람의 잠꼬대 같다’는 비난이 쇄도했고, 결국 연재는 중단됐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상이 지금 10대라면 혹시 ‘고등래퍼’에 출연하지 않았을까. 그가 쓴 시들은 랩으로 최적화돼 있다. ‘날아가자/날개 달아/윙윙 날아가자/날개 달아’ 이건 pH-1, 키드밀리, 루피가 부른 ‘굿데이’의 끝부분이다. 왠지 이상의 ‘날개’ 마지막 부분이 연상되지 않는가.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은퇴한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이따금 철없는(실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한번은 이렇게 미끼를 던졌다.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반응은 예상대로다. 놀랍게도 만약 그때 ‘음악 같지 않은 음악들/이젠 모두 다 집어치워버려야 해/우리가 너희들 모두의 귀를/확실하게 바꿔줄게’ 이렇게 누군가 한 소절 읊조린다면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린 즐거운 배틀을 시작했을지 모른다. 가상의 친구가 시작한 그 부분은 20년 전인 1999년에 드렁큰 타이거(사진)가 발표한 데뷔 음반 ‘이어 오브 더 타이거(Year Of The Tiger)’에 수록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의 첫 부분이다.

래퍼들을 이방인, 아니 외계인처럼 보는 시각은 많이 줄었지만 음악동네에는 아직도 ‘힙알못’(힙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상한 가역반응’(이상의 데뷔작·1931)보다는 다양성의 존중이 음악동네에서도 최상의 미덕이다. ‘하나같이 꼭두각시/모두 같은 줄에 매달려서/춤을 추는 슬픈 삐에로/이대로 그냥 갈 순 없어 슬픈 미래로’(‘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중) 기성세대를 향한 그들의 요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너의 편견에 빠진 우리 아이들/인생의 아픔 기쁨/모두 다 들어봐야 해/가식으로 엉킨 세상 풀어줘야 해’.

한쪽에선 인싸(인사이더)가 다른 쪽에선 아싸(아웃사이더)다. 시대를 초월해 ‘우리들은 두 날개로 날아가는 중’(김하온의 ‘붕붕’ 중)이다. 귀 기울여 들어보라. 껄렁껄렁할 순 있어도 시시껄렁하진 않다. 그들은 왜 부르는가. 그들은 무엇을 바라는가. ‘안 들려/안 들려/마음 없이 부르는 소리는 안 들려’(송창식 ‘왜 불러’ 중). 약간의 인내심, 거기에 따뜻한 시선을 곁들여준다면 인싸와 아싸가 기분 좋게 만나는 낙원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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