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지방경찰제 도입 방안을 구체화했다. 당·정·청협의회에서 14일 확정·발표한 시행 계획에 따르면,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를 통해 생활안전·민생치안 등의 업무는 신설될 자치경찰에 이관된다. 국가경찰은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서 광역범죄·경제범죄 수사와 정보·보안·외사(外事) 등을 맡는다. 오는 9월부터 서울 등 5개 시·도에서 시범 운영한 뒤, 올해 안에 입법 완료해 2021년 전국으로 확대하는 일정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지역 상황에 맞게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치안 활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일 뿐이다.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를 언젠가 도입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선 혼란만 키울 게 뻔하다. 경찰청·경찰서와 자치경찰본부·자치경찰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도 다반사일 것이다. 지금도 같은 경찰서 내에서조차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등이 불분명한 책임 소재로 갈등하는 사안이 적지 않다. 사건 신고·고발 시민이 어느 경찰을 찾을지도 헷갈릴 수밖에 없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함께 근무하는 종합상황실로 접수되는 긴급한 112신고도 내용에 따라 출동 책임을 분류한다고 하지만,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시민 불안을 키우게 마련이다.

광역 시·도별로 설치되는 자치경찰본부와 기초자치단체별 자치경찰대 수장(首長)을 시·도지사가 임명함으로써 지방정치 도구화할 개연성도 확연하다. 임명권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뿐 아니라, 지역의 유력 정치인과 시·도의회 의원 영향력에도 휘둘려 공정한 법 집행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경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어느 간부는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토착세력과의 유착”이라고도 했다. 현재 경찰 4만3000명 전체의 국가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게 했다가 단계적 자치경찰 지방직 전환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지역별 재정 현실에 따라 불가피할 대우 차이도 치안력 약화와 직결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라고 하지만, 검찰은 ‘가짜 자치경찰제’라는 취지로 반발한다. 전반적 상황을 볼 때 시기상조이고, 정부 대책도 엉성하다. 합리적 우려에 아랑곳없이 문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해서 강행(强行)하진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