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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보낸 주인공 180명 초대
일일이 눈 맞추며 숨은 명곡 불러

“저는 따뜻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행복한 가수입니다.”

단짝이었던 작곡가 고 이영훈의 11주기를 맞아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난 가수 이문세(사진 오른쪽)를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문세는 14일 늦은 저녁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무대에 올랐다. 이영훈이 쓰고 이문세가 부른 노래와 인연을 가진 이들의 사연을 받아 읽은 후 초대한 180명이 이곳에 모였다. 이문세와 이영훈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3집 앨범 ‘난 아직 모르잖아요’(1985년)의 타이틀곡 ‘할 말을 하지 못했죠’를 부르며 공연을 시작한 이문세는 관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이영훈이 떠난, 제게는 영원히 기억될 밸런타인데이에 저는 초콜릿보다 달콤한 이영훈의 노래를 부른다”며 “이렇게 가까이서 관객들과 만날 줄 알았다면 팩이라도 하고 올 걸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문세는 “학창시절, 참고서 사라고 받은 돈으로 이문세의 앨범을 사서 듣고 방송국 PD가 됐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문세의 노래를 즐겨 들었는데 아버지를 모신 납골당 옆자리에 이영훈 작곡가가 잠들어 있었다”는 사연들을 읽으며 객석에 앉은 사연의 주인공들과 직접 소통했다. 그러면서 “이영훈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기에 그 온기가 노래에 남아 있다”며 “그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나는 행복한 가수이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이영훈도 행복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세는 이영훈이 쓴 히트곡인 ‘깊은 밤을 날아서’ ‘빗속에서’ ‘소녀’ 외에도 라이브 무대에서는 좀처럼 소개하지 않았던 ‘사랑은 한 줄기 햇살처럼’ ‘서로가’ 등 숨은 명곡도 소개했다. 또한 SBS ‘판타스틱 듀오’에서 이문세와 듀엣 무대를 선사한 후 이문세의 소속사와 정식 계약을 맺은 여고생 가수 김윤희(왼쪽)가 깜짝 등장해 ‘슬픈 사랑의 노래’를 함께 불러 눈길을 끌었다. 11주기에 맞춰 11곡을 준비했던 이문세는 “여러분이 앙코르 요청을 안 해도 이 노래는 안 부를 수 없다”며 ‘옛사랑’을 마지막 곡으로 택했다. 관객들의 높은 호응에 감격한 이문세는 퇴장하는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와 인사를 나누는 깜짝 이벤트로 추모 공연을 마무리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