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미세먼지 저감위해
경유車 270만대 진입 제한

택시로 출근할수밖에 없는데
요금 오르니 가계부담 더 커져

버스·지하철료도 인상 가능성
동시다발 정책 시행에 겹시름

건설업에 종사하는 김모(61) 씨는 매일 오전 4시 경기 과천시에 있는 집에서 서울 구로구 사무실까지 자신의 1t 트럭을 몰고 출근한다. 이제 15일부터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더는 차를 사용할 수 없다. 서울시가 지난달 공포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이날 시행됐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면 자동차 배출가스 5등급인 공해차량의 운행이 제한된다. 단속 대상은 경유차의 경우 2002년 이전 배출가스 허용 기준, 휘발유와 LPG 차량은 1987년 이전 허용 기준으로 제작된 차량이며 총 270여만 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시장은 초미세먼지 예측농도가 심각할 땐 ‘차량 2부제’ 등 강화된 조처를 내릴 수도 있다.

김 씨의 걱정은 교통비다. 김 씨가 집을 나서는 오전 4시는 버스와 지하철이 본격적으로 운행되기 전이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는 날엔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16일 오전 4시부터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돼 이마저도 부담이다. 심야요금은 3600원에서 4600원으로 오른다. 김 씨는 “택시로 출근하게 되면 2만5000원 정도가 나온다”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와 택시요금 인상이 겹치면서 서민에겐 이중고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민의 발’이라 할 수 있는 버스와 지하철 요금도 조만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1200원으로, 200∼300원 인상안이 유력하다. 1250원인 지하철 요금도 비슷한 폭으로 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와 택시요금에 이은 ‘삼중고’인 셈이다.

시민들은 각종 정책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바람에 가계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면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도권에 등록된 2.5t 이상의 차량에 대해서만 운행제한을 하고 유예기간을 둔 뒤 오는 6월부터 모든 5등급 차량에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정책이 동시에 진행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살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부랴부랴 정책을 만드는 소위 ‘보여주기 식’ 행정의 문제”라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책의 부작용은 무엇인지, 우선순위는 어떻게 둬야 하는지 등을 숙고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