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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좌파에 배신 당하고 있다

기사입력 | 2019-02-15 11:48

이용식 논설주간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
대한민국 始原 기리는 일 당연
현 정권은 白凡 정신에서 이탈

김구는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공산계열과 계급독재는 경멸
抗日 反日 넘어 克日 추구해야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3·1운동이 ‘민국’의 출발점이고, 그 직후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에서 민주공화국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선열의 위대함은 아무리 받들어도 지나침이 없다. 일제 강점 9년도 되지 않아 신분의 귀천을 뛰어넘어 남녀노소가 참여한 전국적 시위가 일어난 것은 혁명적 변화였다. 멸망한 왕조 국가에서 근대 민족국가의 자각이 이렇게 단기간에 형성된 것부터 기적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9·19 평양선언에서는 남북 공동으로 기념키로 했다. 그런데 현 집권세력은 임시정부와 백범(白凡) 김구 선생을 우러르면서도, 1948년 정부 수립과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해서는 폄훼한다. 1919년과 1948년이 대립하고, 역사전쟁도 벌어졌다. 역사는 직선이 아니라 굽이쳐 흐르고 복잡한 인과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최종 평가는 후대에 맡길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시 역사를 현재에 비춰 해석하고, 미래의 나침반으로 삼는 일이다. 임시정부는 백범을 빼고 논할 수 없다. 다행히 자서전 ‘백범일지’를 남겼다. 1929년과 1942년 탈고된 상·하권, 1947년 출간 때 추가된 ‘나의 소원’은 역사서이자 철학서이다. 이 때문에 가장 많은 국민이 읽은 책에 속한다. 그러나 의외로 백범 사상과 노선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자칭 민주·진보 진영이 이승만을 깎아내릴 안티테제로 활용하면서 호도된 측면도 있다.

첫째, 백범 정신은 확고한 ‘자유민주주의’이다. 독립투쟁을 위해 민족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었지만, 나의 소원에서 “나의 정치 이념은 한마디로 표시하면 자유”라고 단언하고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 가족을 이웃을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자유 등을 예시함으로써 공화주의 취지도 분명히 했다.

둘째, 계급 독재를 군주나 개인 독재보다 훨씬 나쁜 악으로 규정하고, 분명히 선을 긋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소련식 민주주의 또는 마르크스주의를 극단적 독재로 통렬히 비판했다. 임시정부 초대 총리였던 이동휘의 공산혁명 노선과 악행은 물론, 공산주의자들이 독립운동 곳곳에 침투해 임시정부 붕괴를 꾀하며 자행한 파괴·훼손·살해 행태도 상세히 기록으로 남겼다. 백범은 해방 공간에서도 ‘사상의 조국과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주장하는 소위 좌익의 무리’를 거명하며 “심히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꾸짖었다.

셋째, 일본에 대한 생각은 항일(抗日)과 반일(反日)을 넘어 극일(克日)이었다. 백범일지에는 “적이 우리를 누르고 있을 때 미워하고 분해하는 살벌·투쟁의 정신을 길렀거니와, 이제 적이 물러갔으니 증오의 투쟁을 버리고 화합의 건설을 일삼을 때”라고 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면서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신에 비춰볼 때, 현 정권은 겉으로만 김구를 내세울 뿐, 실제로는 반대로 움직인다. 우선,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한사코 배제하려 한다. 백범의 남북연석회의 참석과 남한 단독정부 반대 역시 통일 열망이었을 뿐, 인민민주주의와 타협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북한에 굽실거리고, 일각에서는 북한에 더 정통성이 있는 듯 주장하고 종북을 옹호한다.

대(對)일본 정책도 마찬가지다.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나라로서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일본 지도층 망동을 문화의 힘으로 억누르면서 화합하자는 게 김구 정신이다. 도덕적 우위를 가진 피해 당사자로서 대범하게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지지층 반발을 무릅쓰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류가 세계로 뻗어가는 계기가 됐다. 이런 게 극일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항일·반일로 퇴행했고, 양국의 국내 정치가 엉키면서 반일과 혐한의 이전투구가 악화일로다.

김구 정신은 자유민주주의를 통해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일본을 슬기롭게 다루면서 국력을 키우는 극일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이런 방향과 역주행하면서 백범을 내세운다면, 김구 선생을 모욕하고 배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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