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화합 페블비치는 바닷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자연과 ‘합’을 잘 이뤄야 한다. 움츠려 있던 개구리가 봄에 뛰쳐나가듯 자연의 변화에 잘 맞추어야 한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얼마 전 한솔그룹의 이인희 고문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자연도감이다. 이 고문께서는 “자연은 우리가 잠시 빌려 쓰고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 고귀한 유산”이라고 늘 말씀하셨다. 정기적으로 오크밸리 단지의 자연에 대한 조사와 자연 가꾸기에 열정을 보였던 분이다. 골프장 내에 나무 하나를 옮기더라도 나무 주변의 생태계까지 떠서 옮길 정도로 친환경 관리에 열정이 대단했다. 어느 홀에 어떤 나무와 꽃이 있는지까지 모두 기억할 만큼 자연을 내 자식처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만약 골프가 자연 속에서 진행되지 않는 운동이었다면 600년에 걸쳐 사랑받는 스포츠가 되었을까 싶다. 특히 대한민국만큼 아름다운 자연은 없을 것이다. 숲이 우거진 마운틴 코스와 인간에게 최적의 느낌을 준다는 해발 300∼400m에 골프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 어쩌면 물질 우선주의가 행복인 것처럼 요구하는 현 사회에 있어 마음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가 바로 자연이 아닐까 싶다.

뉴질랜드만큼 자연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잘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골프클럽과 골프화에 타국에서 묻혀온 흙이 있으면 입국이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의 흙으로 인해 자신들의 국가 땅에 병원균이 혹시 퍼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0년 전 뉴질랜드는 젖소에 대한 ‘방귀세’를 물리려 했다가 목축업자의 반발로 백지화한 적이 있다. 아마도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메탄가스 때문인 듯싶다.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 사람이 뀌는 방귀도 포함된다. 젖소 한 마리가 연간 121㎏을 배출한다고 하니 뉴질랜드에서 방귀세를 도입하려 했던 것이 이해가 간다.

그런 면에서 골프장은 인간의 삶을 가장 풍요롭게 해주는 유토피아다. 18홀 기준 골프장 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산소는 3만 명이 마실 수 있다. 여기에 자동차 6600대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정화한다.

미국에서 포교 활동을 하는 도범 스님은 “한국에서는 편견 때문에 골프를 못 하다 미국 가서 접하게 됐는데 허약 체질을 건강 체질로 바꿔준 효자운동”이라고 말했다. 마음을 비우고 겸허해야 하며 정신을 집중시켜 주는 운동이어서 육체와 정신 운동으로 아주 좋다고 한다. 이는 자연의 초록 색깔과 자연에서 부는 바람, 그리고 핀을 향해 몰입하게 해 주는 다 내려놓음 때문일 것이다.

골프장 필드에 서면 누구나 같다. 수십억 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나, 수억 원짜리 자동차를 가진 사람 모두 골퍼다. 부와 신분을 내려놓고 웃으면서 자연을 함께 공유하는 게 골퍼다. 그러니 이젠 골프장에 와서 자연의 고마움을 항상 생각하자. 그리고 골프에 대한 좌절과 화는 절제하자. 만약 답이 있다면 좌절과 화가 필요하겠는가. 골프는 좌절과 화 속에서 조금씩 이뤄가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