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는 오는 4월 3일 재·보궐선거, 다소 멀리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동남권 신공항 논란이 불거졌다. 역대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논란을 일으켰던 단골 메뉴였지만 번번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서 공약과 폐기를 되풀이해왔다. 대구·경북은 밀양을, 부산·울산·경남은 가덕도를 밀면서 갈등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2016년 6월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부산 경제인들과 만나 신공항 문제를 국토교통부에서 국무총리실 소관으로 승격해 결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부산시가 요구해왔던 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오거돈 부산시장·송철호 울산시장·김경수 경남지사가 신공항 재추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해공항의 혼잡과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라 10∼20년 앞을 내다보면 인천공항을 보완할 대형 공항의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인 만큼 정교한 접근이 불가피하다. 여러 차례 엎었다 뒤집었다 한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청와대는 “여론 수렴 차원에서 총리실이 검증해보라는 취지”라고 해명했으나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덜컥 연 셈이다. 특히, 두 달도 남지 않은 국회의원 선거 지역이, 가덕도와 가까운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두 곳인 만큼 선거용 의심을 자초하기에 충분하다. 정의당과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선됐던 지역인 데다, 최근 현지 민심이 여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달 24조 원 규모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23개를 확정해 발표했다. 영남권에 8조2000억 원이 투입되며, 특히 경남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에 최소 4조 7000억 원이 투입된다. 야당이 “PK 지지율 하락에 따른 총선용”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정권이든 정당이든 선거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는 당국자도, 정책도 중립을 지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 투자 우선순위가 왜곡되고, 세금은 낭비되며, 포퓰리즘 기대를 부추긴다. 최악의 고용 참사에 수많은 국민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문 정부 눈에는 그런 피눈물을 닦아줄 과감한 정책은 보이지 않고 선거만 보이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