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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폭로, 비밀누설로 볼 수 없다

기사입력 | 2019-02-12 12:04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10일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이 드루킹 김동원 씨가 특검에 제출한 USB에 대해 실제 제출 여부와 그 내용에 대해 알아보라고 텔레그램으로 지시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지난해 7월 25일 이 전 특감반장이 김 전 수사관 등 4명의 검찰 출신 특감반원에게 위 내용의 지시를 했고, 13분 뒤 박 모 특감반원이 ‘김경수 경남지사와 메신저 내용을 포함한 댓글 조작 과정을 담은 문건’이라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USB(이동형 저장장치)가 제출됐는지, 청와대 관련 내용이 있는지 등을 단순 확인한 것에 불과하고, 또 박 모 전 특감반원이 13분 만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은, 특검팀이 아니라 아는 기자를 통해서였다”며 정보 공유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은 믿기 어렵다. 만약 아는 기자를 통해 단순 확인 차원에서 알아봤다면 굳이 검찰 직원만 있는 방에서 이야기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무엇보다 김 전 수사관의 주장에 따르면 ‘언론보다 빨리’ 확인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김 전 수사관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이는 법적으로 직권남용뿐만 아니라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다. 특감반은 현직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장 및 임원,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비리 감찰 활동을 하게 돼 있는데 그 권한 범위를 넘어 특검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까지 받았다면 명백한 월권이다. 또한, 이는 법을 떠나 정치적으로도 국기(國基)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드루킹 특검 수사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물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등이 직접 연루됐을 뿐 아니라, 야당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의 연루 의혹까지 제2 특검을 통해 조사를 요구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 아닌가.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제 이 전 특감반장이 검찰 출신 반원들에게 폭로 내용과 같은 지시를 했는지, 만약 했다면 누구의 지시를 받아 어디까지 보고했는지, 박 모 특감반원은 누구를 통해 어떻게 13분 만에 그 내용을 알게 되었는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김 전 수사관은 단지 지인의 수사 상황을 알아봤다는 이유로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을 당했는데 위 폭로는 훨씬 구체적이고 심각하다. 그렇다면 형평을 위해서도 당연히 위 폭로의 전모가 밝혀져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김 전 수사관은 12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수원지검에 소환됐는데, 위 폭로의 진실성 여부는 김 전 수사관이 과연 ‘국가의 중요 기밀을 누설한 범죄자’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불법사찰이나 수사 개입 등 ‘비리를 폭로한 공익 제보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중요 기준이 된다. 판례는 “형법 제127조의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8. 2. 13.)고 돼 있다. 곧, 불법사찰이나 수사 개입 등 비리를 폭로했다면 범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전 수사관은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에서 드루킹의 수사 상황을 과연 누가 가장 궁금해하고 누가 궁극적으로 지시했을까요?”라고 했는데, 국민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 말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조속히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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